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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168] 상생패신(傷生敗身)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11. 23. 17:13

[정민의 세설신어]

[168] 상생패신(傷生敗身)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7.24. 23:05
 
 
 
 
 
 

정내교(鄭來僑·1681~1757)가 '용존와기(用存窩記)'에서 말했다. "명아주잎과 콩잎 같은 거친 음식은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병을 적게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반드시 기름진 음식만 즐긴다. 바른길은 걷기도 편하고 엎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굳이 지름길로만 가려든다. 끝내 삶을 손상시키고 몸이 망가지는 데 이르는 것은 모두 이것 때문이다.

(藜藿可以寧神少病, 而必嗜膏腴. 正路可以安步無躓, 而必之捷徑. 卒至於傷生敗身者皆是.)"

남보다 앞서 가려니까 지름길만 골라 간다. 기름진 음식만 찾다가 각종 성인병에 시달린다. 상생패신(傷生敗身), 삶을 망가뜨리고 몸을 망치는 주범은 기름진 음식과 지름길만 찾는 버릇이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다. 균형 잡힌 식단을 버리고 입에 당기는 것만 먹는다. 더 빨리, 더 맛있는 것만 외치다가 삶을 그르치고 건강을 잃는다.

유언호(兪彦鎬·1730~1796)도 '몽연(蒙演)'이란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가난하고 천한 뒤에 부귀의 즐거움을 안다. 명아주잎과 콩잎을 먹은 뒤라야 기름진 기장밥의 맛이 단 줄을 안다. 누더기 옷을 기워 입은 뒤에야 여우털과 담비 갖옷의 아름다움을 안다. 병이 든 후에 병들지 않은 것이 편안한 줄을 안다. 근심을 겪은 뒤에야 근심 없는 것이 좋은 일임을 안다. 모르는 것은 늘 곁에 있고, 아는 것은 늘상 곁에 없다.

(貧賤而後, 知富貴之樂. 藜藿而後, 知膏粱之甘. 鶉結而後, 知狐貉之美. 病而後, 知不病之安. 憂而後, 知無憂之適. 不知者常有也, 知者不常有也.)"

없었으면 몰랐으면 싶은 것은 늘 곁에 있고, 가졌으면 누렸으면 하는 것은 저 멀리에 있다. 이것으로 저것과 맞바꾸면 좋을 텐데 뜻대로 안 된다. 따지고 보면 빈천과 거친 음식의 시간이 있어야 부귀의 흐뭇함과 맛진 음식의 진미를 안다. 누더기 옷과 병마에 시달려본 사람이 좋은 옷과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 부귀한 사람은 빈천의 고통을 모른다.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둘은 맞물려 있는데, 사람들은 늘 제가 지니지 않은 것만 바라본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노려 인생역전을 꿈꾸려니 로또에 인생을 건다. 지름길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름진 음식은 혈관을 막는다. 거친 음식, 바른길이 양생의 묘방이다. 성취만 바라고 입만 위하면 그때만 좋고 끝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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