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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고마운 일 / 윤 효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5. 31. 10:23

 

 

고마운 일

         윤 효

 

도로포장공사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한밤중만 골라 하고 있었다.

저소음포장이라 하였다.

고마운 일이었다.

 

자정 넘어 귀가하다 보게 되었다.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차선보다 먼저 횡단보도를 그리고 있었다.

더욱 고마운 일이었다.

 

민중은 시대를 읽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굶은 사람에게 음식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억압된 자에게 자유는 지극히 고마운 일이고요. 오랫동안 관이 발주한 각종 공사로 출퇴근 시간에 불편을 겪어온 소시민들에게 야간공사는 꿈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공공의 갑질 관행이 국민과 시민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불편을 가져다주었습니까. 그것이 마치 특혜이고 자신들의 실적인양 홍보에만 몰두하지 않았던가요. 알고 보면 다 우리들이 십시일반 걷어낸 세금으로 행하는 일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였고, 그런 일들에 대하여 한마디도 못하고 서슬퍼런 관의 눈치를 습관처럼 봐야했던 것입니다. 그런 관행을 당연시 해왔고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강제되어 온 세월이 얼마였나요.

그러니 어쩌다가 야간에 하는 도로공사에 감사해야 하고, 야간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시킨다는 저소음 포장공사라 하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람이 먼저인 것은 당연한데 횡단보도 금을 먼저 긋는 것에 또 고마워하지 않겠습니까.

사회가 변해간다고는 하나 아직 우리들이 몸으로 느끼기에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소시민이지만 우리의 눈이 모였을 때에는 시대를 읽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을의 작은 온정과 감사가 모여 사회는 아름다워지는 것입니다. “차선보다 먼저 횡단보도를 그리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귀하게 여기는 눈과 마음이 을의 눈과 마음인 것을 갑은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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