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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그까짓 게 뭐라고 / 하재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5. 10. 16:33

 그까짓 게 뭐라고

하재일

 

어느 여고생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하며

남긴 유서에

딱 네 글자가 살아 있었다

 

“이제 됐어”

 

(아이는 엄마가 제시한 성적을 낸 직후였다)

 

그까짓 게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밥이 먼저가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5.16 군부 쿠테타를 기점으로 융성하던 인문학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 하나 먹고사는 문제만 허락될 뿐 인권을 포함한 삶의 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는 불온이라는 딱지로 자리매김 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은 주입식 교육으로 상상력을 억제시켰고 오로지 숫자로 표시 가능한 성적만이 제1의 가치로 자리 잡도록 강요당해 왔습니다.

그런 육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인문학의 절실함이 대두되었고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이 인문학을 제외하고는 이야기 되지 않을 만큼 밥이 먼저가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잠들었습니까.

그러나 지금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대가 여전히 미래를 강제 하고 있습니다. ““이제 됐어” // (아이는 엄마가 제시한 성적을 낸 직후였다) “..... 엄마는 살기 위한 성적이라고 말했겠지만 아이는 죽기위한 가이드라인이었으니 이제 됐다는 말, 이 한마디의 간극은 얼마나 아득한 것이었을까요.

인문학을 말하고 배우지만 과연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와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을까요. 세상은 바뀌는데 나는 바뀌지 않으면서 나와 다른 아이들을 나같이 되라 강요하는 건 아닐까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남에게는 말하면서도 자기 자식에게는 성적을 강요하지는 않는지요. “그까짓 게 뭐라고 / 그까짓 게 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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