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균의 말
어느 분이 그러셨든가?
무릇 예인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선 학습하고
길에서 풀이하다
길가에 묻히는 것을!
신분제도하에
광대는 팔천에 하나였으니
선대, 예인들의 삶
일상의 노곤함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 또한 줄탄다는 이유로
사회적 무관심 냉대 및 하대
경험치 상당한데
선대 예인들
오죽했으랴!
그래도 신분상으로는 보잘 것 없었으나
예인들의 근기는
대단들 햐셨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때어난
노래기입니다
재인광대는 똥에서 태어난
파리입니다
근디,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아 죽이지만
똥파리는 아닌 말로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광대죠?
고인이 되신
어느 어른의 말씀
과천 하늘에
메아리 친다!
김대균 1967~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 졸업
김대균의 줄타기* / 나호열
1.
바람 센 날
한손에 부채 쥐어들고
줄에 오른다
이게 다 밥 먹고 사는 벱이여
얼쑤, 추임새 넣고
밑을 내려다본다
아차 줄 놓는 순간에
콘크리트 두꺼운 회색 바닥에
어떻게 될지
다섯 길이 안 되는
동아줄 위를
아슬아슬
양반다리 했다가
재재걸음 발름대다가
털썩 주저앉았다가
뒹겨오를 때마다
구경꾼들은 박수를 친다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
사타구니 속 쳐다보지 말아
아무것도 없다니까
다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이 짓거리 낸들 좋아서 하남
얼쑤
2.
매트리스 한 장 깔지 않고
혼신의 힘
줄 위를 오간다
이 끝에서는 저쪽 춘향이가 보이고
저 끝에서는 이쪽 이도령이 보이나
오, 줄이며, 길이며, 밥줄이며, 밥길인
줄타기
절대로
줄 위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광대
연습 없는 죽음을 향해
그가 광대의 탈을 벗고 사람이 되는 날
그날은 허공에 홀연히 몸을 날려
실수인 듯
맨바닥으로
아득히 추락하는 날이다
*김대균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58호이다. 아홉 살, 어려서부터 줄
을 타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2001년 5월 경희대학교 축제 때 콘크
리트 마당에서 15분간 줄을 탔다. 나는 일회용 커피를 마시면서 박수를
쳤고, 바람이 유난히 거센 날의 일이었다.
http://www.jultagi.or.kr(김대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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