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내일이면 닿으리라
입력 : 2020-12-28 23:42:44 수정 : 2020-12-28 23:42:43
내일이면 닿으리라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 있어야 바라보이는
그리운 얼굴인지 알아
나그네는 또 걷고 걷는다
아침이면 닿으리라
그러나 머물지는 않으리라
모른 척
잊어버린 척
마을을 멀리 돌아가리라
2020년이 이틀 남았습니다.
올해는 꽃내음이 얼마나 향기로운지,
아침에 지저귀는 산새 소리가 얼마나 상쾌한지,
거미줄에 걸려있는 새벽 이슬이 얼마나 영롱한지,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이 아름다운지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코로나19에 한해를 몽땅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폐사지에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 어둠이 걷히면 폐허인 그곳에서도 내일의 태양이 장엄하게 떠오를 겁니다.
2021년 내일이 오면 마스크를 벗고
산새가 지저귀고, 매화꽃이 피는 파란 하늘 아래서 달려오는
그리운 그대 눈매와 입매를 바라보겠습니다.
내일의 태양이여! 모른 척, 잊어버린 척하지 말고 사랑하는 그대에게 가 닿기를,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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