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낮, 땅은 밤… 르네가 꿈꿨던 초현실 속으로
조선일보 입력 2020.07.16 05:0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르네 마그리트'展… 코로나에도 매 주말 3000명 흥행
"고요하지만 폭풍전야처럼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대표작 '빛의 제국' 연작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전시실을 나오며 관람객 김여은(32)씨는 이런 소감을 털어놨다. 한 화면에 밤낮이 공존하는 주택가 풍경을 담은 그림 5점이 유선형 벽면에 투사되는데, 색채가 거울 필름으로 마감한 바닥까지 번지며 서정을 적시려 한다. "내 작품이 전하려는 것은 한 편의 시(詩)"라던 마그리트의 생각을 전시장에 구현한 섹션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전시실에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지엔씨미디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9월 13일까지 서울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린다. 전시 주관사 지엔씨미디어 측이 관람객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인상 깊은 작품 1위는 '빛의 제국'이었다. 초현실이 현실을 비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김나연(21)씨는 "하늘은 너무도 맑은데 사람이 사는 집과 땅은 캄캄한 우울 속에 있다"고 했고, 백교민(20)씨는 "밤낮이 공존하는 장면이 지금 현시대의 모순을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원화(原畵)가 아닌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지만, AR(증강현실)과 흑백영화·특수거울·조각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해 감동의 진앙이 새롭다는 평을 받는다. 머리에 천을 뒤집어쓴 두 남녀가 키스하는 '연인들'(2위), 남자가 얼굴을 풋사과로 가린 '사람의 아들'(4위), 정장 차림 신사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골콩드'(5위) 등 마그리트의 대표작을 여러 장르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림 160여 점이 음악에 맞춰 40분간 율동하는 100평 규모 암실 '이머시브 룸'(Immersive room)은 백미로 꼽힌다.
3위를 차지한 파이프 담배 그림 '이미지의 배반'은 대형 조형물로 재현돼 포토존으로 활용된다. 관람객 오단비(32)씨는 "그림의 변신이 일상을 변주한다"고 했다. 전시는 코로나 사태에도 매 주말 3000명 가까운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02)325-1077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6/20200716003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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