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의 법칙
세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 있을까
안개 가득한 목욕탕에서
문득 다가서는 벽과 같은 등들
어린 아들에게 등을 내밀며
부끄러운 때를 벗겨 내는 사내를 보며
바로 저것이
얼굴도 아니고
가슴이 아니고
저 밋밋하기 이를 데 없이
제 손이 닿을 수 없는 등짝이
수줍은 아름다움이라고
그리하여 나는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햇볕 좋은 날
복사꽃 피는 어느 봄날
느닷없이 늙은 아내에게 등을 어 달라고 등의 때를 긁어 달라고
푸른 하늘 아래 거침없이
네 발로 덮칠 수 있기를
불끈 용을 쓰며 땀을 빼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