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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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알몸의 반가사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5. 17. 14:41

알몸의 반가사유

 

숨죽여 울기 위하여 옷을 벗는데

알몸이 되고 보니 더 서럽다

옷에 묻은 얼룩이 언제 소리 없이 속으로 배어 물들 었나

무엇이 때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고만 있다

때가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쭈그려 앉아 있다

발뒤꿈치는 갈라져 있고 발바닥에는 티눈이 박였다

어디서 부딪쳤는지 정강이에는 멍이 들어 있고

찍히고 베인 상처들이 알몸에 단풍 들었다

누가 알몸을 눈부시다고 했는가

이 알몸으로 눈멀게 하고 흉기처럼 세월에 덤벼들 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이 알몸에게

슬며시 문신을 새겨 넣는다

알 듯 모를 듯 웃음 한 획을 그려 넣자

흉측한 동물이 사람으로 훤하게 개과천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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