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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노인삼반 (老人三反)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5. 13. 21:59

노인삼반 (老人三反)

조선일보입력 2014.03.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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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기(李墍·1522~1600)가 '간옹우묵(艮翁疣墨)'에서 말했다. "세속에서 하는 말이 있다. 노인이 젊은이와 반대인 것이 대개 세 가지다. 밤에 잠을 안 자며 낮잠을 좋아하고, 가까운 것은 못 보면서 먼 것은 보며, 손주는 몹시 아끼나 자식과는 소원한 것, 이것이 노인의 세 가지 상반된 점이다(世俗有言, 老人與年少之人相反者, 大概有三. 夜不肯寐而喜晝眠, 不能近視, 而能遠視. 篤愛兒孫, 而疎其親子, 此老人之三反也)."

명나라 때 왕납간(王納諫)도 '회심언(會心言)'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 적엔 똑똑해도 늙으면 잘 잊고, 아이 때는 다 즐거우나 늙으면 모든 것이 슬프다. 이 또한 한 몸 가운데 조화가 옮겨 흘러감이다(兒多慧, 老多忘; 兒多樂, 老多悲. 此亦一身中造化遷流)."

엊그제 일은 까맣게 생각이 안 나도 몇 십 년 전 일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팔랑팔랑하던 젊은 시절은 늘 기쁘고 좋았는데 나이가 들자 스쳐가는 바람에도 공연히 눈물이 난다. 나는 그대로건만 세월이 다르다. 밤에는 뒤척이다 낮잠이 많아진다. 아들은 점점 보기 싫고 손주만 예뻐 죽겠다. 모두 늙었다는 증거다.

돌아보면 젊음의 시간이 다 빛났던 것은 아니다. 늘 조바심치고 바둥거리며 살았다. 열심히 했지만 막상 손에 쥔 것은 없었다. 노년의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그때 지녔더라면 좀 좋았을까? 명나라 진익상(陳益祥)이 말한다. "사람이 늙은이 처지에서 젊은이를 보고, 죽음을 통해 삶을 보며,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을 보고, 시들어 초췌함으로부터 영화로움을 본다면 성품이 안정되고 행동이 절로 바르게 되리라(人能自老看少, 自死看生, 自敗看成, 自悴看榮, 則性定而動自正)." '잠영록(潛穎錄)'에 나온다.

젊은이는 혈기를 믿고, 성공하고 말겠다는 욕망 때문에 종종 판단을 흐린다. 번듯한 좋은 것만 눈에 들어오지 엔간한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쏟아지던 아침잠이 줄고 낮잠이 늘어가는 것은 생체 리듬의 자연스러운 변화 결과다. 몸이 따르지 못하는 욕망은 마음으로 지그시 누르는 것이 맞다. 시계를 작위적으로 되돌리려 들면 원망과 서운함만 쌓인다. 내려놓아야 가벼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25/20140325045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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