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겨울이 되어야 가난을 뉘우친다
일년 내내 보이지 않던 틈새로
황소바람이 칼춤을 추고
목화밭 하나로 덮힌 이불도
숨이 죽어 앓는 소리를 내는 밤
초승달 녹슨 낫처럼 몸을 휘니
의붓자식처럼 홀대하던 등이
바람막이 되어 흔들린다
차라리 온기 사라진 방바닥에 등을 내려놓자
그때 등은 온기를 내뿜어 방바닥을 덥혀주는 것을 왜 몰랐을까
돌아보아도 뒷 그늘인 등은
무엇이든 닿으면 온 마음으로 말을 거는 등은
끝끝내 그리움의 저 편에 서서
꺼지지 않는 등 燈인 것이다
<2017년 화성문학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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