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1. 16. 23:09

 

겨울이 되어야 가난을 뉘우친다

일년 내내 보이지 않던 틈새로

황소바람이 칼춤을 추고

목화밭 하나로 덮힌 이불도

숨이 죽어 앓는 소리를 내는 밤

초승달 녹슨 낫처럼 몸을 휘니 

의붓자식처럼 홀대하던 등이

바람막이 되어 흔들린다

차라리 온기 사라진 방바닥에 등을 내려놓자

그때 등은 온기를 내뿜어 방바닥을 덥혀주는 것을 왜 몰랐을까

돌아보아도 뒷 그늘인 등은

무엇이든 닿으면 온 마음으로 말을 거는 등은

끝끝내 그리움의 저 편에 서서

꺼지지 않는 등 燈인 것이다

 

<2017년 화성문학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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