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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강원도 홍천 금학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 19. 17:02

정상에 올라야만 볼 수 있다, 태극 물길이 그려낸 비경

홍천강 물이 땅에 부딪혀 두 차례 급히 돌아 흐른다. 물이 만든 수태극(水太極) 지형이다.
두 차례 휘돌며 태극 모양을 이루는 지형을 조망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 굽이치는 태극 물길이 발아래 펼쳐진다. 산에 오르느라 힘겨웠던 순간이 싹 사라진다.


입력 : 2017.01.19 04:00

강원도 홍천 금학산

한 번 휘돌아 양(陽)을 이루고 다시 한 번 휘돌아 음(陰)을 그린다. 태극(太極)이다. 홍천 금학산 정상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홍천강 물이 땅에 부딪혀 두 차례 급히 돌아 흐른다. 물이 만든 수태극(水太極) 지형이다. 물길이 알파벳 'U'자 모양으로 한 차례 굽이치며 한반도 모습을 이루는 지형을 보는 곳은 전국에 여럿 있다. 하지만 두 차례 휘돌며 태극 모양을 이루는 지형을 조망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홍천 금학산 정상에서 바라본다. 홍천강 물길이 두 차례 굽이치며 오롯한 태극 무늬를 이룬다. 태극 모양 지형을 조망하는 국내 유일 전망대다. 높은 산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홍천 금학산 정상에서 바라본다. 홍천강 물길이 두 차례 굽이치며 오롯한 태극 무늬를 이룬다. 태극 모양 지형을 조망하는 국내 유일 전망대다. 높은 산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비경(祕境)은 정상에서만 볼 수 있다. 노일리 화계초등학교 노일분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경주김씨 제각(祭閣)이 있는 길로 오른다. 정상까지 2.2㎞라는 이정표가 있다. 높이 652m. 강원도 산으로는 아담한 편이다. 산행은 쉽지 않다. 경사는 가파르다. 낙엽 쌓인 산길은 미끄럽다. 정상에 다가가면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하는 구간도 있다. 숨이 턱턱 막힌다. 허벅지 근육이 딱딱해진다. 두 시간 남짓 오르면서 다섯 차례나 걸음을 멈춰 숨을 골랐다.

세 길로 갈라지는 평평한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100m 더 가면 정상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한달음에 올라갔다. 막바지엔 힘이 난다. '금학산 652m'라고 새긴 돌이 서 있다. 나무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었다. 굽이치는 태극 물길이 발아래 펼쳐진다. 산에 오르느라 힘겨웠던 순간이 싹 사라진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통이 없어야 즐거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통이 큰 만큼 즐거움도 커진다는 깨달음이 온다. 산 위로 부는 칼바람에 땀은 금세 식는다.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금학산 지도

태극 물길이 만든 땅에는 산 닮고 물 닮은 사람들이 산다. 고드래미와 남노일리 마을 사람들이 논밭 일구고 산다. 좌우로는 공작산, 봉화산, 오음산, 매화산, 금물산이 펼치는 능선이 아득히 늘어서 있다. 옅은 푸른빛 감도는 회색 산맥이 먹으로 그린 그림 같다. 강물은 겨울 햇빛에 은색으로 빛났다. 한동안 산과 물을 조망했다.

내려오는 일이 더 어렵다. 가파른 산길 걸으며 발끝에 힘을 주니 종아리와 허벅지가 팽팽하게 긴장한다. 무릎이 시큰시큰하다. 바위 구간에선 사지(四肢)를 다 써서 기어가듯 발걸음을 옮겼다. 추하지 않게 내려가는 일이 이렇듯 쉽지 않다.

왕복 4시간 가까운 겨울 산행에 몸이 언다. 찬바람 맞은 얼굴은 저릿저릿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난다. 홍천에 온천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금학산 반대편 능선 쪽으로 향한다. 홍천온천원탕이 있다. 시설은 동네 허름한 목욕탕 수준. 값은 6000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온천수만큼은 불소·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효능이 최고라고 자랑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근다. 단단해진 근육이 풀린다. 언 몸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원소리 막국수'. 돼지 수육에 볶은 김치를 곁들여 낸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늦은 점심은 '원소리 막국수'에서 하기로 한다. 금학산 정상에 있는 지도 표지에 이 집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돼지 수육에 볶은 김치를 곁들여 낸다. 쑥갓과 상추 같은 푸성귀를 함께 주었다. 돼지고기와 볶은 김치, 마늘과 된장과 새우젓을 올려 크게 쌈을 싼다. 입속 공간보다 큰 쌈을 씹으면서 더는 행복할 수 없다고 느꼈다. 막국수는 튀지 않고 점잖은 맛이어서 좋았다.

다시 고진감래. 힘들여 정상에 오르지 않았던들 허름한 온천탕이 흔쾌했을 리 없다. 공들여 태극 절경을 보고 온 길이기에 산골 마을 음식이 더 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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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리 막국수

금학산 북방면 노일리 화계초등학교 노일분교장에서 시작. 내비게이션 앱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서울 기준 승용차로 1시간 40분. 상봉터미널에서 홍천터미널까지 고속버스 2시간. 지역 버스로 북노일정류장 하차.

홍천온천 원탕 북방면 온천길 179(소매곡리 24-2). 숙박 시설(모텔)과 함께 있다. 입욕료 6000원. 휴일 없이 연다. (033)435-1011~2.

원소리 막국수 북방면 팔봉산로 1866(원소리 43-2). 막국수 7000원, 수육<사진> 2만원, 감자전 7000원. 셋째 주 수요일은 쉰다. (033)435-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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