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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0. 30. 20:54

직원들에 건강한 동기 심어줘라… 조직의 '집단적 탈진' 막으려면

  • 버클리(미국)=박정현 기자

    입력 : 2016.10.29 03:06

    Burnout 증후군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 분노에 가득차거나 무기력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는 심리 상태

    도쿄대를 졸업한 24세 다
    크리스티나 마슬락 UC 버클리 심리학과 교수
    크리스티나 마슬락 UC 버클리 심리학과 교수. /박정현 기자
    카하시 마쓰리씨는 지난해 일본 1위 광고회사인 덴쓰(電通)에 입사했다. 덴쓰는 다카하시씨가 대학 시절부터 꿈꾸던 직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입사 후 상사들에게 폭언을 듣고, 초과근무에 시달리다가 입사 9개월 만인 작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트위터에 "오늘 하루 20시간 근무" "힘들다"는 글을 남겼다.

    직장 내 과로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크리스티나 마슬락(Maslach·70) 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성과 지향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 문화 속에서 장기간 과로가 이어지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신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해 분노에 가득 차거나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과로로 얻게 되는 신체적 질병과 달리, 번아웃 증후군은 겉모습만 보고 파악하거나 자각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마슬락 교수는 1970년대 처음으로 번아웃 증후군이란 증상을 발견해 연구하기 시작한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UC버클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과거엔 의사, 간호사, 상담사처럼 누군가를 돌봐주는 직종에서 번아웃 증상이 많이 발견됐으나, 요즘은 거의 모든 직종에서 번아웃된 근로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은.

    "번아웃 증후군은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는 단계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상태를 말한다. 매우 냉소적이고 사소한 것에 쉽게 폭발하고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작은 일에 짜증을 내고 일을 형식적으로 대충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태도들이 그대로 표출돼, 평소 착한 사람도 폭언하게 되고 괜한 트집을 잡게 된다.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된다."

    ―번아웃이 많이 나타나는 직종은.

    "처음 번아웃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남의 어두운 얘기를 들어주는 상담사, 고객이나 학생을 관리하는 직종에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공통된 증상들을 보면서 '번아웃 증후군'으로 규정지었다. 1970~80년대에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직장인은 직업의식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잡지에 번아웃에 대해 기고했는데, 미국 전역에서 수백명이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업무와 관련된 번아웃 증상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부분 직종에서 번아웃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직장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원인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 '직장 동료와 상사의 무례함'을 꼽았다. 겉으론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눈을 굴린다거나 표정에서 읽히는 무례함 때문에 다음 날 출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윗사람이나 동료들이 자신에게 행하는 비인간적인 발언들이나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수치는 더 커졌다."

    직원들에 건강한 동기 심어줘라… 조직의 '집단적 탈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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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로, 야근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다.

    "과로도 물론 건강을 해친다. 하지만 번아웃은 신체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직장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공평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느낄 경우 업무 스트레스가 커진다."

    ―번아웃 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업무와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회사와 주변 사람을 매우 냉소적으로 대한다.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형식적, 수동적으로 일한다. 이것은 결국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직원들을 무자비한 방식으로 경쟁시킨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이 빠른 성장을 위해 직원들을 강도 높게 경쟁시킨다. 문제는 아마존 같은 대형 기업들도 초기 스타트업에서나 가능한 스프린트(단거리 달리기) 방식으로 근무시킨다는 것이다. 매일 밤샘하고 휴일 근무를 시키는 것은 1~2년간 추진력을 바짝 끌어모아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직원들이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건강까지 해쳐가며 근무하는 방식이 스타트업 단계가 아니라 대기업이 된 후에도 계속된다면 문제다."

    ―기업이 더 나은 업무 환경을 만들 방법은.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려면 우선 건강한 동기를 심어줘야 한다. 그런데 동기는 사장과 간부들이 책상 앞에 앉아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갖자'해서는 생기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고 그것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신이 젊은 사장이라고 해서 직원들이 뭘 원하는지 다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가 몸담은 대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교수진이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야외 파티를 열어줬다. 알고 보니 직원들은 모두 싫어했다. 행사 장소와 날짜, 음식을 정하는 데 교직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직원들은 '장소 빌릴 돈으로 보너스나 줬으면 좋겠다'고 불평했다."


    당신도 번아웃 증후군? 셀프 테스트

    다음 15개 문항에 대해 매우 그렇다(5점), 자주 그렇다(4점), 가끔 그렇다(3점), 보통 그렇지 않다(2점), 전혀 그렇지 않다(1점) 등으로 나눠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 점수 합계가 18점 미만이라면 정상이고, 19~32점은 번아웃 증상이 미미한 수준, 33~49점은 번아웃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계다. 50점이 넘으면 번아웃 증상이 뚜렷한 상태고, 60점이 넘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1. 신체적·정신적으로 완전히 지쳤다.

    2. 직장 생활에 대해 부정적 생각이 든다.

    3. 자주 화를 내고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

    4. 사소한 일로 쉽게 짜증이 난다.

    5. 직장에서 무시당한다고 느낀다.

    6. 주변에 터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다.

    7.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8.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9.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

    10. 나와 잘 안 맞는 일을 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조직에 있다.

    11. 나의 업무에 불만이 크다.

    12. 사내 정치, 수직적 문화가 업무 능력을 저하시킨다.

    13. 주어진 일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보다 많다.

    14. 좋은 성과를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15. 업무 계획을 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자료: Mind Too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