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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진 법의식.."준법이 밥먹여줍니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7. 17. 12:17

 

-점점 비뚫어지는 국민 준법의식…10명중 4명이 “법대로 살면 손해”

-고교생 56% “10억원이면 1년 감방行 괜찮다”…충격적인 법의식들

-전문가들 “어린 시절부터 기성세대의 법 무시 접하며 영향 받은 것”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대기업에 근무 중인 A(31) 씨. 얼마전 그는 회사 구매팀에 소속됐던 선배 중 한 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수십억원대의 로비를 받다 덜미를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주변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많은 직장 동료들은 수십억원대의 돈을 빼돌렸다면 수년 간 감옥을 가더라도 남는 장사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 A 씨는 “다음 인사때 해당 팀으로 옮길 경우 자신도 한몫 챙길 구상을 이미 마쳤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최근 10~3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법을 어겨서라도 돈이나 권력 등을 차지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란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당초 사회 생활을 하며 직접 한계에 부딪히는 20대 이상의 연령대가 이 같은 생각을 가졌던 데 비해 최근엔 준법 의식이 약화되는 추세가 초ㆍ중ㆍ고교생 등 10대까지 나타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방에 가더라도 큰 돈을 챙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답도 많아 비뚫어진 법의식을 대변했다. 제헌절을 맞아 개선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방에 가더라도 큰 돈을 챙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답도 많아 비뚫어진 법의식을 대변했다. 제헌절을 맞아 개선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17일 학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일수록 우리 사회의 준법 정도가 낮으며, 법을 지킬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 국민법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경우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각각 56.4%와 58.8%로 전체 평균인 50%에 비해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응답 중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보니까’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5년 42.5%로 2008년 34.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한국법제연구원 관계자는 “(재벌이나 정치인, 고위 공무원 등) 일부 특권 계층이 범죄행위를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거나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처벌을 받는 것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많이 접했다”며 “이런 현상이 크게 부각되며 일반인들 역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란 생각이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방에 가더라도 큰 돈을 챙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답도 많아 비뚫어진 법의식을 대변했다. 제헌절을 맞아 개선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10대들에게서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분부 윤리연구센터가 지난해 말 전국 초중고교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직지수’를 조사한 결과 고교생의 56%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는 대답을 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도 각각 39%, 17%가 동일한 대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초등학생 12%, 중학생 28%, 고등학생 44%), 2013년(초등학생 16%, 중학생 33%, 고등학생 47%)에 비하면 급격히 악화된 것이다.

공존이나 공생의 가치에 대한 의식 역시 더 둔감해졌다. ‘이웃의 어려움과 관계없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답을 한 초ㆍ중ㆍ고교생이 각각 전체의 19%, 30%, 45%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를 통해 법보다 돈이나 권력이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점은 어린 나이부터 겪게 된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대부터 집안 배경을 바탕으로 정해진 규칙을 무시하며 목적 달성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제재를 받긴 커녕 입시나 취업, 권력 획득 과정 등에서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며 “가족을 중심으로 한 초기 사회화 과정이나 이후 기성세대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법을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란 점을 배우다보니 젊은 세대들의 법의식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법규 위반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사람들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경제범이나 환경범죄와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가 적발되지 않고, 걸리면 재수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며 “적발 시에도 10억원의 돈을 횡령해도 징역이 2~3년에 불과하고, 수백억원 규모의 환경범죄를 저질러도 1000만원 내외의 벌금만 내면 되는 등 범죄와 범죄에 대한 비용이 비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파워엘리트부터 준법적인 삶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법을 어길 경우 엄격하게 처벌받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준법 의식 면에서도 이른바 ‘낙수효과’가 발생해 10~30대 젊은층의 준법의식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