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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닮은 섬·아득히 이어지는 봉우리… 오를수록 깊어지는 풍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0. 16. 22:55

 

금붕어 닮은 섬·아득히 이어지는 봉우리… 오를수록 깊어지는 풍경

일교차 큰 가을 아침엔 물안개 피어오르는 선계(仙界)로 변신… 가을 사진 찍으려는 출사객(出寫客)들의 성지, 임실 외앗날 마을
호수를 끼고 차를 달린다.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호반 도로를 지나면 천변 끝에는 억새 무리가 은빛 머리를 흔들고 있다. 모두 가을빛이다.

    입력 : 2016.10.13 04:00

    임실·정읍 옥정호

    조선 중기 한 스님이 전라도 임실과 정읍 땅을 걸었다. 섬진강 물줄기 이루는 실개천에 이르러 말했다. "너른 호수구나." 스님은 이곳을 '옥정(玉井)'이라 이름했다. 훗날 각색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호수가 됐다. 1925~26년 제방을 만들었다. 호남평야에 물 대는 용도였다. 1965년 우리나라 첫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들어섰다. 홍수 조절과 발전 역할을 맡는다.

    높이 오를수록 풍경은 깊어진다. 임실 국사봉 전망대 산봉우리에서 옥정호 ‘붕어섬’을 바라본다. 수위가 높아지면 지느러미 흔드는 금붕어 모양이 오롯이 드러난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높이 오를수록 풍경은 깊어진다. 임실 국사봉 전망대 산봉우리에서 옥정호 ‘붕어섬’을 바라본다. 수위가 높아지면 지느러미 흔드는 금붕어 모양이 오롯이 드러난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임실군 용수리와 정읍시 종성리 지역 섬진강 상류에 있다. 4억6000만t 물을 가둔다. 임실·정읍 다섯 개 면 18개 마을이 물 아래 잠겼다. 너른 호수 이름은 옥정호. 임실이 고향인 김용택 시인 말처럼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을 물줄기다.

    임실 외앗날 마을은 호수 속 섬이 됐다. 수위가 높아지면 지느러미 흔드는 금붕어 모양이 된다. 하여 '붕어섬'이란 속명(俗名)이 붙었다. 일교차 큰 가을 아침엔 물안개 피어오르는 선계(仙界)로 변신한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사진 찍으려는 출사객(出寫客)이 늘어난다.

    붕어섬을 조망하려면 국사봉 전망대로 가야 한다. 누각 전망대에서 산봉우리로 오른다. 나무로 계단 길을 만들었다. 조금 가파르지만 20~3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세 곳에 전망 데크가 있다. 통신사 기지국 시설 뒤쪽에 있는 첫 전망대에서 내려다봐도 멋진 풍경이다. 좀 더 오르면 풍경이 더욱 깊어진다. 셋째 전망대에서 보는 붕어섬 조망이 가장 멋있다. 물 뒤로 내달리는 연봉(連峰)이 아득히 이어진다. 오른쪽으로는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가 멋스럽다. 지금은 물이 가득하지 않아 살진 붕어 모양이다. 물 아래 잠겼을 초록빛 저지대를 빼고 상상하면 온전한 금붕어 형상이 떠오른다. 

    산내면 천변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밭. 분홍색 코스모스 물결이 노란 해바라기와 대비를 이루며 장관을 자아낸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호수를 끼고 차를 달린다. 나뭇잎이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다. 날 추워진 이번 주가 지나면 붉은 아우성을 지를 것이다.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호반 도로를 지나 정읍 방면으로 향한다. 가을꽃이 만발하다. 산내면 천변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밭을 조성했다. 분홍색 코스모스 물결이 노란 해바라기와 대비를 이루며 장관을 자아낸다. 천변 끝에는 억새 무리가 은빛 머리를 흔들고 있다. 모두 가을빛이다. 

    정읍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 푸른 솔숲 아래 하얀 구절초가 가득 피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3㎞쯤 더 달리면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에 도착한다. 산 언덕 소나무 숲 아래 온통 흰색 구절초가 피었다. 꽃 핀 면적만 9만㎢라고 한다. 구절초는 5월 단오 때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하여 붙은 이름. 흔히 들국화로 부르는 그 꽃이다. 흰 꽃이 푸른 솔숲과 어우러져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솔향 그윽한 구절초 꽃밭 사이 시(詩)를 적어 걸어놓았다. '꽃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 눈부시게 피었다고 자랑도 없이/ 덧없이 진다고 눈물도 없이/ 제 한자리 말없이 지키다 간다'(정연복), '꽃도 그늘이 있고 상처가 있구나/ 꽃도 시들면 떨어지는구나/ 꽃도 사람 같구나/ 사람도 꽃 같구나/ 그래서 서로 보며 부러워하지 않는구나'(정용철)…. 그렇구나. 꽃이 아름답다고 질투할 까닭이 없는 것을. 젊은 연인이 가을꽃 속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구절초는 가을과 삶을 함께한다고 김용택 시인이 노래했다. "구절초 꽃피면 가을 오고요, 구절초 꽃이 지면 가을 가는데…"라고. 해마다 열리는 축제는 지난 주말 끝났다. 그리하여 지금 가야 한다. 사람은 줄었고 가을빛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국사봉 전망대: 임실군 운암면 국사봉로 624. 2층 누각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붕어섬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나무 계단길을 올라 가야 한다. 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063-539-6170):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공원 입구 가기전 임시주차장에서 소나무로 만든 섶다리를 건너면 온통 흰꽃 바다가 보인다.

    옥정가든(063-222-0240): 임실군 운암면 국사봉로 10. 옥정호 호반에 있는 식당이다. 옥정호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 풍경이 펼쳐진다. 민물고기(빠가사리·메기) 매운탕(소) 3만5000원, 닭도리탕 4만5000원. 매운탕에 민물새우와 우거지를 가득 넣어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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