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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웃기는 소리 하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5. 15. 09:14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웃기는 소리 하네”

국민일보 입력 2016-05-15 04:40
흔히들 어떤 일을 앞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들 한다. 그런데 긍정적인 생각이 실제로는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출처: pixabay)

이런 주장을 펴는 이는 미국 뉴욕대학과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가브리엘레 외팅겐(사진) 교수가 대표적이다. 



외팅겐 교수는 지난 2014년 자신의 저서 ‘긍정적인 사고를 다시 생각하다’에서 20여년 간의 여러 실험을 통해 목표나 성취에 관한 긍정적인 판타지가 현실에서의 성취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들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교육을 받는다”며 “그런데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 달성과 소원 성취에 관한 한 긍정적인 사고는 우리를 다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외팅겐 교수가 1991년 실시한 실험에서는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여성 25명을 대상으로 살 뺀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대치를 조사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실제 이들이 감량한 체중을 조사했다. 그러자 다이어트 이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낙관했던 사람일수록 실제 감량한 체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생 117명을 대상으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험에서 어떤 학점을 받고 싶은지와 그 가능성에 대해 적게 하고 시험 이후 실제 시험 결과를 비교해봤다. 그러자 시험 결과와 학점에 대해 낙관했던 학생들이 더 낮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나왔다. 반대로 비관했던 학생들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들이 나타났다. 구직을 앞둔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취직에 관해 긍정적인 기대를 나타냈던 사람일수록 2년 뒤 실제 소득이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간관계 측면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가 높은 사람일수록 1년 여의 시간이 지난 뒤 실제 가깝게 지내는 인간관계는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팅겐 교수는 이같은 실험들을 종합한 결과,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환상)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할 어려운 관문이 이미 해결된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경향은 생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이 되고 있다고 외팅겐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일수록 혈압이 낮고 안정된 경향이 있다”며 “긍정적인 환상은 이루기 쉽지 않고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를 못 갖추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팅겐 교수는 지난 1월에는 ‘긍정적 판타지가 장기적으로는 우울한 기분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심리과학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팅겐 교수는 “일부러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다만 막연하게 긍정적인 기대 대신 ‘WOOP 사고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WOOP은 ‘Wish(소원), Outcome(결과), Obstacle(장애), Plan(계획)’의 줄임말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의 칼럼니스트 새라 토드는 이 WOOP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신이 희망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판타지에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현실적 사고를 가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팅겐 교수 등이 개발한 WOOP 앱을 받아 그 과정을 지난 몇 달 간 직접 체험해본 뒤 몇 가지 핵심을 정리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달성하고 싶은 목표나 소원이 있을 때 먼저 목표나 소원(Wish)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하자. 특히 이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WOOP 앱에는 이와 관련해 3가지 범주의 목표를 정할 수 있다. 직업과 관련된 커리어 상의 목표, 인간관계와 관련된 목표, 그리고 건강에 관한 목표다. 특히 건강에 관한 목표 설정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새라는 경고했다. 

2.그런 다음 이 목표의 결과(Outcome)를 어떻게 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구상해본다. 인간관계에서 문자 메시지 답장 때문에 틀어진 경험이 있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중요한 문자 메시지는 5분 안에는 답장을 한다’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다. 

3.그 다음 어떻게 실천할 지 고민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있어 작용하는 장애 요소(Obstacle)들을 차근차근 검토해보자. 이 때에는 ‘나는 내 자신에게 최고의 적’이란 생각으로 냉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이들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Plan)을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