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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국립수목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5. 8. 09:14

500년 이어온 '신록예찬'

입력 : 2016.05.02 10:20

[테마가 있는 봄·봄·봄] [5] 숲으로-포천 국립수목원

목련은 지고, 철쭉이 분주히 망울을 터뜨렸다. 봄꽃이 물러나는 자리를 차지한 나무 잎새들은 연한 초록빛이 점점 짙어가고 있었다. 지난 4월 하순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은 봄이 절정을 맞고 있었다. "자, 꽃보다 더 싱그러운 신록을 만끽해볼까요." 8년 차 숲 해설사 한미현씨가 수목원 정문에 모인 관람객 20여명을 숲속으로 이끌었다.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은 예전에 광릉수목원으로 불렸던 곳이다. 조선 세조의 왕릉인 광릉(光陵)을 보호하는 광릉숲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약 550년 동안 왕릉 보호숲으로 보전이 잘돼 일제 강점기에도 시험림으로 활용됐다. 지금도 산림 관련 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우리나라 임업의 본산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광릉숲은 전체 면적이 2240㏊(헥타르)에 이르고 식물 6873종, 동물 4376종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립수목원은 이 중 절반가량인 1120㏊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4배 정도의 크기이다.

 

 

경기 포천시 국립수목원을 찾은 사람들이 숲길을 걷고 있다. 나무 우거진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짙어져가는 봄 풍경과 어느새 하나가 된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광릉숲 안에 있는 국립수목원에는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조선시대 세조陵 '광릉' 보호숲
동·식물 1만1000종, 생태의 보고…
이달 중순 백두산호랑이 등 공개
89년전 조림한 전나무숲 등
연초록 물들어 산책코스로 최고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곳은 약 500㏊로, 식물의 용도·특성에 따라 조성한 전문전시원을 비롯해 산림박물관·산림동물원·산림생물표본관·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전시원은 모두 22개가 있다. 축구장 100개 크기인 102㏊에 3300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풀 대부분이 모여 있는 셈이다. 관상수원·화목원·관목원·수생식물원 등이 대표적이다. 수생식물원은 현장학습을 나온 어린이집·유치원 어린이들이 단골로 들르는 곳이다. 국립수목원 연구기획팀 임연진 연구사는 "봄철에는 전나무숲길과 숲생태관찰로가 걷기에 좋고, 여름에는 수생식물원을 들러볼 만하다"고 했다.

◇걷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해설사 한씨의 안내를 따라 일반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육림호, 전나무숲길, 숲생태관찰로를 걸었다. 산책로 주변에는 무리를 이룬 노란색 피나물과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이 나무는 가지가 층을 이루면서 달려서 층층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문배나무는 열매의 향이 문배주와 비슷해서 문배나무라고 불러요." 숲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식물들이 더 새롭게 다가온다. 관람객 사이에서 "오늘 자연 공부 확실하게 하네" 하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나무 데크를 따라 숲속을 걷는 숲생태관찰로는 봄철이 제철이다. 동산 형태로 꽃이 예쁜 나무 180여종을 모아 놓은 화목원에서는 다양한 봄꽃을 만난다.

전나무숲은 사시사철 가볼 만하다. 1927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를 받아 조림한 곳으로, 길이 200m의 길 옆으로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관람객 신정숙(56)씨는 "그저 따라 걷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달 중순엔 산림동물원도 개방

국립수목원에는 산림박물관, 난대식물온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같은 실내 전시관도 있다. 백두산 호랑이, 반달가슴곰, 늑대 등을 볼 수 있는 산림동물원도 5월 중순부터 개방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보호를 위해 하루 방문객을 50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kna.go.kr) 예약이 원칙이지만 ARS(031-540-2000)도 이용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으로 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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