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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至尊과 일본 至尊, 처음 마주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4. 24. 14:07

한국 至尊과 일본 至尊, 처음 마주하다

입력 : 2016.04.21 03:00 | 수정 : 2016.04.21 08:37

韓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日목조반가사유상 첫 공동 전시
5월 24일 국립중앙박물관서 개막

한국의 지존(至尊)과 일본 지존의 만남.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 주구지(中宮寺)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이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지난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다음 달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두 반가사유상은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치고[반가·半跏] 오른손 끝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사유·思惟]에 잠겨 있다.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처음 등장한 반가사유상 양식은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닿았고 일본까지 전래됐다. 예술적 완성도는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이 으뜸으로 꼽힌다. 당시 미륵신앙으로 반가사유상의 인기가 높았는데 이는 그대로 일본에 전파돼 수많은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탄생으로 이어졌다.

(사진 왼쪽)일본 국보 주구지 반가사유상. 상투를 둘 튼 듯한 머리 모양을 하고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다. 아스카시대 7세기, 목제(녹나무), 높이 168㎝. (사진 오른쪽)우리나라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 화려한 보관을 썼고 몸을 덮은 천 자락이 위엄을 드러낸다.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 금동, 높이 82㎝. 

 

(사진 왼쪽)일본 국보 주구지 반가사유상. 상투를 둘 튼 듯한 머리 모양을 하고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다. 아스카시대 7세기, 목제(녹나무), 높이 168㎝. (사진 오른쪽)우리나라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 화려한 보관을 썼고 몸을 덮은 천 자락이 위엄을 드러낸다. 삼국시대인 6세기 후반, 금동, 높이 82㎝.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삼국시대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국보 78호는 입가에 띤 엷은 미소와 지그시 감은 두 눈이 평정심과 숭고미를 풍기는 걸작. 화려한 보관과 장신구, 몸을 덮은 천의(天衣) 자락이 위엄을 드러낸다. 일본 나라현 주구지에 소장된 반가사유상은 7세기 후반 아스카시대에 제작된 목조상이다. 두 개의 상투를 튼 듯한 머리 모양이 독특하며 윤곽선 없이 두툼한 눈과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반면, 치맛자락이 겹겹이 흘러내린 모습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의 영향을 드러낸다. 거대한 둥근 의자와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일본만의 독창적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주구지 상은 삼국의 영향과 일본 고대 불교조각의 독창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불상"이라고 했다. 이 불상이 일본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오랜 숙원의 결실이다. 원래는 '쌍둥이 불상'이라 불리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과 교토 고류지(廣隆寺)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의 공동 전시를 추진했다고 한다. 이 관장은 "박물관 전시품인 우리와 달리 일본 사찰에 봉안된 반가사 유상은 예배의 대상이다. 고류지에서 반대해서 포기했는데 78호와 주구지 불상 전시가 성사됐다. 와세다대 측에서 주구지를 끈질기게 설득해 줘서 가능했다"며 "언젠가는 쌍둥이 불상을 함께 전시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서울 전시가 끝난 뒤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이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