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10대 袐境 '토왕성 폭포' 45년 만에 개방
- 설악산 토왕성폭포가 수줍은 자태를 드러냈다. 공사 중인 전망대서 20일 오전 사진을 찍었다. 상단·중단·하단을 굽이쳐 흐르는 폭포수가 한 폭의 비단 같다.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45년 만에 설악산 10대 비경(秘境) 중 하나인 토왕성(土王城)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모두 320m 높이의 3단 폭포다. 20일 찾은 토왕성폭포 전망대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군데군데 계단 받침과 난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해발 480m쯤에 있는 전망대는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참이었다. 1970년 설악산국립공원 개장 이후 토왕성폭포는 암벽 등반을 하는 전문가와 겨울철 빙벽등반가의 전유물이었다. 이번에 전망대가 생기면서 일반 관광객도 폭포의 전경(全景)을 볼 수 있게 됐다.
외설악 비룡폭포에서 토왕성폭포 전망대로 가는 길 410m 구간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 계단길이다. 계단은 약 1000개. 숨을 고르며 2~3번 쉬다 가다를 반복했다. 30분쯤 지나 전망대에 닿았다. 1㎞ 남짓한 거리 밖에 있는 토왕성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침 지난 이틀 내렸던 비로 수량이 풍부했다. 함께 전망대에 오른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폭포 뒤편 화채봉에서 발원해 칠성봉을 끼고 돌아 흘러내리는데 뒤편 봉우리들이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아 갑자기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신기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고작 해발 500여m에 올라왔는데 구름이 빠르다. 계단을 오르면서 달아오른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태백산맥을 넘어온 구름이 동해안을 만나 발걸음을 늦추며 태양을 가렸다. 몸이 빠르게 식는다. 토왕성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오전 8시 30분부터 30분간이 가장 좋다. 더 늦으면 주변 산에 가려 그림자가 진다. 토왕성 좌골과 우골 사이에 있는 폭포 사이로 빛이 비치는 시간이 그 정도로 짧기 때문. 이 시간이 지나면 햇빛은 능선에 막히고 폭포는 응달이 된다. 사진 촬영에 좋지 않다. 여름에는 1시간 정도로 해가 드는 시간이 조금 더 길다.
폭포는 말이 없었다. 320m를 떨어져 내려온다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폭포를 바라봤을 때 왼편 계곡에서 나는 물소리가 폭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눈에는 보이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데서 오는 괴리감에 폭포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울림소리를 상상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비룡폭포와 육담폭포를 지났다. 육담폭포를 지나 소공원으로 가는 길은 1㎞가 안 되는 평탄한 숲길이다. 말라붙은 참나무 잎이 바람에 함박눈처럼 떨어졌다. 대청봉을 오르기는 부담스럽고 케이블카로 권금성(權金城)을 '찍고' 오기는 자존심이 상한다면 토왕성폭포는 좋은 대안이다.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평일에는 '육담폭포~비룡폭포~토왕성폭포 전망대' 구간은 입장할 수 없다. 주말에는 비룡폭포까지만 개방한다. 공단은 이번 달 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연내 전망대를 개방할 방침이다.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IC로 나온다. 44번 국도, 46번 국도를 거쳐 미시령터널을 지나 외설악 설악산 소공원으로 들어간다. 서울에서 차편으로 걸리는 시간은 3시간에서 3시간 30분가량, 내비게이션에는 '설악산 소공원'이라고 찍으면 된다. 소공원에서 비룡폭포 방면(약 2.4㎞)으로 걷는다. 비룡폭포에서 30여 분 정도 계단을 오르면 토왕성폭포 전망대가 나온다. 일반 성인이라면 전망대까지 왕복 3시간을 잡으면 충분하다.
먹을거리
산행을 마치고 식사는 인근 속초 노학동 초당두부 골목에서 먹으면 좋다. 대청마루(033-635-1708)에서는 양념을 발라 살은 촉촉하고 껍질은 바삭하게 구워내는황태구이(2만원)와 보들보들한 식감의 초당두부(8000원)를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