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지나가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1. 6. 23:55

지나가네

 

서녘하늘에 걸린 노을을 읽는다

 

붉어졌으나 뜨거워지지 않는 마음 한 자락을

닿을 수 없는 손길로 걸어 놓아도

그 깃발을 신기루로 이미 알아버린 탓일까

아직 노을이 꺼지기에는 몇 번의 들숨이 남아있어

긴 밤을 건너갈 불씨로

빙하기로 접어든 혈맥을 덥힐 뜨거운 피로

은은하게 가슴 속 오솔길에 퍼져오르는 와인 한 잔으로

오독하는 동안

늙어 더 이상 늙지 않는 심장은

빠른 보폭으로 세월을 앞서 가지만

 

그래도 아직 가야할 서녘을 바라보는 눈 속에는

겨울에 피는 꽃

향낭 가득 씨로 남아 있는

배우지 못한 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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