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깨다
- 재인才人폭포
멀리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젊음의 눈은 망원렌즈를 필요로 하는지
묵이 쉰 격문은 희디 흰
뼈를 뱉어내며 나풀거렸다
슬픈 전설을 남길 것 같은
저 멀리 서 있는 나를 두고
돌아서 온지 몇 십 년이 지났다
이제는 남의 아내를 탐하는 못된 원님과
줄 타다 죽은 재인과
원님 코를 물어뜯은 그의 아내를
마지못해 용서하는 척하는
수척한 사내가 되어
멀리서 바라보던 나를 만났다
목이 쉬도록 외쳤던 격문은,
창백하도록 희었던 뼈는 사라지고
풍우에 찢긴 손수건 한 장이
남루한 얼굴을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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