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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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거울을 깨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0. 19. 23:24

거울을 깨다

- 재인才人폭포

 

 

멀리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젊음의 눈은 망원렌즈를 필요로 하는지

묵이 쉰 격문은 희디 흰

뼈를 뱉어내며 나풀거렸다

슬픈 전설을 남길 것 같은

저 멀리 서 있는 나를 두고

돌아서 온지 몇 십 년이 지났다

이제는 남의 아내를 탐하는 못된 원님과

줄 타다 죽은 재인과

원님 코를 물어뜯은 그의 아내를

마지못해 용서하는 척하는

수척한 사내가 되어

멀리서 바라보던 나를 만났다

목이 쉬도록 외쳤던 격문은,

창백하도록 희었던 뼈는 사라지고

풍우에 찢긴 손수건 한 장이

남루한 얼굴을 닦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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