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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섯 작가 … 올 한 해 한국문학의 수확입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11. 23. 21:30

 

이 여섯 작가 … 올 한 해 한국문학의 수확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3.11.22 00:02 / 수정 2013.11.22 00:27

제13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중앙신인·장편문학상 시상식
황병승·하성란 작가 등 수상자
문인·가족 400여 명 축하 받아

한국 문단의 큰 잔치-. 제13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그리고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노태훈(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임솔아(시 부문), 김덕희(소설 부문), 하성란(황순원문학상), 황병승(미당문학상), 김혜진(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 [박종근 기자]

올 한해 한국 문단의 빛나는 성취를 함께 나누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신예들은 글에 대한 각오를 다졌고, 중견들은 초심을 되새겼다. 21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홀에서 열린 제13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제14회 중앙신인문학상, 그리고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에서다. 수상자만 6명에 달하는 큰 잔치에 각계 문인과 수상자 가족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문학의 오늘을 압축해 보여주는 자리였다.

 ◆영광의 얼굴들=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시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미당문학상은 황병승(43) 시인이 받았다. 참담한 실패의 기록이자 시인의 자화상인 ‘내일은 프로’로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가장 뛰어난 단편에 주는 황순원문학상은 소설가 하성란(46)씨가 카레 향을 매개로 엄혹한 청춘들의 삶을 불러낸 ‘카레 온 더 보더’로 수상했다. 상금 5000만원.

 내일의 문학을 이끌 중앙신인문학상은 임솔아(26)씨가 ‘옆구리를 긁다’로 시 부문을, 김덕희(34)씨가 단편 ‘전복’으로 소설 부문을, 노태훈(29)씨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 소설-김연수의 근작들에 관한 몇 가지 독법’으로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상금은 소설 1000만원, 시와 평론은 각각 500만원이다. 고료 1억원 중앙장편문학상은 ‘중앙역’을 쓴 김혜진(30)씨에게 돌아갔다.

 ◆웃음과 감동의 축사=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의 특별한 인연에게 듣는 축사는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다. 미당문학상을 받은 황 시인을 위해 송승환 시인(42)이 축사를 맡았다. 송 시인은 “누군가 시를 통해 현실적인 삶의 욕망을 성취하는 동안, 황병승은 다만 ‘시’에 도달하기 위해 시를 썼고 시에 가장 근접한 시인임을 보여줬다”며 “우울과 상처의 나날 속에서도 아름다운 시의 성채만을 가늠하고 바라보던 우리들(2000년대 젊은 시인)에게 그의 수상소식은 큰 기쁨을 주었다”며 거듭 축하했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하 작가의 축사는 대학 후배이자 동료 소설가인 윤성희(40)씨가 맡았다. 그는 “선배의 소설 ‘강의 백일몽’을 좋아해서 스무 번도 넘게 읽었는데 읽을 때 마다 깜짝 놀란다. 그리고 나서 제 글을 읽으면 아주 엉성한 바느질 자국이 보인다”며 “그 때 느끼는 부끄러움은 아주 기분 좋은 부끄러움이다. 조금의 시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그저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고마움만 존재한다”고 전했다.
 문단 선배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이제 막 등단한 신인을 위해 김기택(56) 시인은 “25년 전 제가 등단했을 때 그 충격이 커서 3개월 정도 시를 못 썼다”며 “아마 우리 신인들도 그럴 것이다. 바로 그 때의 그 긴장감, 한 자 한 자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은 두려움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 충격을 창작의 에너지로 삼아 문단의 신선한 활력이 돼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장편문학상 축사는 심사위원을 대표해 이순원(56) 작가가 맡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시인 곽은영·곽효환·권혁웅·김기택·김이듬·송승환·방민호·이수명·이시영·이준규·이진명·최승호·최정례, 소설가 구효서·권여선·김별아·김연수·김이은·김중혁·박민규·박형서·오수완·윤고은·윤후명·은희경·이수진·이순원·이승우·이신조·이혜경·최제훈·편혜영, 문학평론가 강계숙·강동호·강유정·권영민·송종원·우찬제·조재룡·황종연·황현산 (가나다순)씨 등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김교준 편집인,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이홍 본부장도 함께했다.

글=하현옥·김효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문학은 꺼지지 않는 불빛 … 세상의 격식 무너뜨릴 것

[중앙일보] 입력 2013.11.22 00:03

수상작가 말·말·말

◆황병승-미당문학상 수상소감

“수상 소감이 난해한데 미래파라서 그러려니 너그럽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중략) 나는 젖가슴을 달고, 가면을 쓰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로 간다. 채찍을 휘두르면서, 채찍을 삼키면서 간다. 귀머거리에 장님인 채로 나는 간다. 멋지게 배신당하고, 멋지게 배신하며 간다. 여럿이서도 가고 혼자서도 가고, 사라진 채로도 간다. 위로 속에서 동정 속에서 비난 속에서도 간다.”

◆하성란-황순원문학상 수상소감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앞집 살던 박성원 작가의 서가 불빛을 보았다. 새벽 2~3시까지 꺼지지 않을 때는 오기가 생겨서 그 불빛이 꺼질 때까지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제게 문학은 어쩌면 그런 불빛 같지 않을까. 불빛에 의지해서 계속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저 또한 누군가 위로받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제 불빛을 꺼뜨리지 않고 열심히 쓰겠다.”

◆김덕희-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작품 제목이 ‘전복’인데, 시상식장에 해녀 복장을 하고 전복 한 뭉텅이를 들고 오면 어떨까 상상했다. 저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격식을 무너뜨리는 데 관심이 많지만 이에 대한 질타도 무섭다. ”

◆임솔아-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6월에 제주도에 방을 잡고 혼자 살면서 가장 많이 한 짓이 동네주민 스토킹이었다. 옆집 옥상에 널려있는 빨래를 세어 보고, 앞집 아이 공놀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니 사소한 것들이 귀중하게 느껴졌다. 이제야 글 쓸 자격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순원-중앙장편문학상 축사

“한 겨울 유리창은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서서히 얼고 성에가 찬다. 그런데 나중에 가장 두껍게 어는 자리가 안쪽이다. 바깥에서부터 들어온 우리 신인 작가가 앞으로 한국 문단의 중앙을 장식하는 작가로 크게 자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