彌勒를 지나며 / 나호열
거미줄 같은 주름살 퍼지고 또 퍼져 이윽고 거울이 깨졌다
희롱하듯 툭툭 건드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잠 깨이는 희미한 웃음
여기에 나를 두고 간 사람을 어찌 잊겠느냐고 단단하게 고쳐먹은 마음도
가끔씩 흔들리는 늙은 은행나무와 함께 물든 때도 있었거니
때로는 울컥 오장육부 드러내고 쓰러져 잠들고 싶을 때도 있었거니
그러나 누가 나에게 오래 머물겠느냐, 눈 맞추지 않고 먼 하늘만 가리키고 있는 미륵아
혼자 중얼거리는 그 말뜻을 이제 알아듣겠다
내 아름다운 사람되기를 간절히 버렸더니
부질없는 그 모든 사람들 그제사 그리운 모습으로 다가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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