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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彌勒를 지나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9. 19. 23:16

 

彌勒를 지나며 / 나호열

 

 

 

  거미줄 같은 주름살 퍼지고 또 퍼져 이윽고 거울이 깨졌다

  희롱하듯 툭툭 건드리며 지나가는 바람에 잠 깨이는 희미한 웃음

  여기에 나를 두고 간 사람을 어찌 잊겠느냐고 단단하게 고쳐먹은 마음도

  가끔씩 흔들리는 늙은 은행나무와 함께 물든 때도 있었거니

  때로는 울컥 오장육부 드러내고 쓰러져 잠들고 싶을 때도 있었거니

  그러나 누가 나에게 오래 머물겠느냐, 눈 맞추지 않고 먼 하늘만 가리키고 있는 미륵아

  혼자 중얼거리는 그 말뜻을 이제 알아듣겠다

  내 아름다운 사람되기를 간절히 버렸더니

  부질없는 그 모든 사람들 그제사 그리운 모습으로 다가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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