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등용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8. 31. 22:18

등용문 / 나호열

 

질문이 없으면……강의가 끝나고

지우개에 털리는 막막함

아름다운 이상과 공식이 절반으로 접히고

꽝꽝 문이 닫힐 때

우리가 숨죽여 호명을 기다릴 때

서둘러 떠나는 오월

원인은 없고 단지 삐뚜름한 책걸상

제멋대로 돌아가지 못 할

울울청청 숲을 꿈꾸고

꿈은 움직일 때마다 두통이 심하다

한쪽으로 쏠리는 돌의 무게

분해된 채로 그때 그 시간에 멈춰버린

첨답의 시계

사학과 출신 강군이 서둘러 오늘을

박물관 저 속으로 잠궈버릴 때

예감을 던지며 앰뷸런스는 정면으로 와서

측면으로 사라진다

어디로 갈까

대로를 지나서

입벌린 허망의 방생

빠져서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등용문의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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