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문 / 나호열
질문이 없으면……강의가 끝나고
지우개에 털리는 막막함
아름다운 이상과 공식이 절반으로 접히고
꽝꽝 문이 닫힐 때
우리가 숨죽여 호명을 기다릴 때
서둘러 떠나는 오월
원인은 없고 단지 삐뚜름한 책걸상
제멋대로 돌아가지 못 할
울울청청 숲을 꿈꾸고
꿈은 움직일 때마다 두통이 심하다
한쪽으로 쏠리는 돌의 무게
분해된 채로 그때 그 시간에 멈춰버린
첨답의 시계
사학과 출신 강군이 서둘러 오늘을
박물관 저 속으로 잠궈버릴 때
예감을 던지며 앰뷸런스는 정면으로 와서
측면으로 사라진다
어디로 갈까
대로를 지나서
입벌린 허망의 방생
빠져서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등용문의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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