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나무
제주도 기행. 7
말하자면 무턱대고 우리가 세상에 내린 것처럼
정류장에서 한참을 걸다보니 입산을 결심했던 것
길에는 바름과 그름이 없으므로
산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따라온 공동묘지는
덧없는 시간의 비석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그 산에는 절이 없었다
바다가 한 눈에 보이고
돌아서면 산이 가로 막았던 곳.
나는 발목을 묻었다
고요히 절간이 되어가기로 한 것은 아니었으나
용케 허리가 휘지 않은 것은 저 채찍질
산과 바다 바람이 밤낮으로 나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새가 날아와서 잠시 머물렀으나 집은 아니라 했고
산꾼들도 고단한 등허리를 내밀지 않았다
독야청청은 내가 바란 바는 아니었으나
맞은 매 만큼 독이 올랐다
그대들은 모른다
날름거리는 혀가 겨냥하는 푸른 하늘
또아리를 튼 채로 허물을 벗으려 안간 힘 쓰는
서서 우는 뱀의 꿈을 해독하지 못한다
속이 텅 빈
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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