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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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8. 1. 21. 13:49
 


나에게 있어 부러운 사람은 잘 난 사람도 아니고 권세가 있는 사람도 아니며 빛나는 명예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쓸데없이 주눅 들거나 비굴해져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묘한 반항심으로 더 당당하게 그들 앞에 우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한없이 왜소해지고 슬퍼지기까지 한다.


이 세상에 난 단 한 푼도 빚 진게 없어!


어떻게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가!

카드 빚도 있고 은행에 대출도 있고, 친구에게 빌리고 아직 갚지 못한 돈도 있는

나는 정말 열심히 열심히 살았는데도 이 모양인데...

 

 

오십 여 년 전,,, 아마도 내가 네다섯 살 때쯤 찍은 한 장의 사진

두 손을 예쁘게 모두우고 뭘 기도하려고 했던 것일까?

앨범에서 떨어져 나와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던 사진을 줍는다

그 때..나는 알고 있었을까? 그 때... 나는 빚없이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을까?



나는 빚이 많다. 그래서 더 오래 살아야겠다.

삶 자체가 빚이다.

나에게 아무 댓가 없이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들, 나를 떠난 사람들, 내가 떠난 사람들...

그들 모두가 나에게 고마운 빚이다.

그래서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것이 나를 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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