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우체국은 산 속 저물녘에 있다
이 가을에 나는 남루한 한 통의 편지
산길 초입 그리고 저물녘에서
느릿느릿 우체국을 찾아간다
블랙홀처럼 어둠은 황홀하다
문득 아찔한 절벽 위에 몸을 가눌 때
바위에 온 몸을 부딪치고
으깨어지면서 물은
맑고 깊어지는 흩날리는 꽃잎이다
바람은 또 이렇게 깊은 산에 들어야
솔내음을 품어낼 수 있는 것
이 가을에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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