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달린다
사람의 몸으로 천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하루의 몇 시간쯤 천사가 될 수는 있는 일
꿈이 깨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예 꿈을 꾸지 않는 일
두 평이 되지 않는 일터에서
꽃들은 달린다
운전석 옆 유리창 앞에
손톱 만한 장미꽃이
뒷 좌석 담벼락 틈새 같은 사이에는
백일홍이
내리고 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면서
하루 열 시간 이틀을 달리고
하루를 쉰다
달리는 시간보다
멈춰 서는 시간이 더 많은
택시 기사 윤병현 씨와
때로는 친구가 뒤고
때로는 손님이 되면서
당신도 꽃이 될 수 있다고
꿈을 가르쳐 준다
누가 나를 천사라고 불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