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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는 두 가지 시각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1. 9. 11:14

시를 보는 두 가지 시각

1. 시인의 인격과는 상관없이 시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들레르 이후의 심미주의, 예술지상주의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작품의 내용미학보다 형식미학에 치중한다.
작품 내 애매모호성을 제1의 미학으로 삼는 미국의 신비평이나 러시아 형식주의가 그러하다. 이중 신비평은 한국전쟁 후 미국문화의 무분별한 이입에 힘 입어 1960년대와 70년대 학계와 문단을 점령한 바 있다. 이 당시 문학에 입문한 사람들이 대체로 형식미학을 우선시 한다.

2. 시보다 인간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있다.

 

조선조 사대부들의 문학관이 그러하다. 그들은 유려한 문장보다 진솔하고 질박한 문체를 선호한다. 즉 형식미학보다 내용미학을 우선시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우선시한다. 즉 어떻게 살 것인가를 염두에 둔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곧 미학이란 입장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좋은 일화가 있다. 서정주의 동서이자 천하의 괴짜 천재시인 김관식이 자신의 시집 '낙화집' 발문을 받으러 조지훈을 찾아갔을 때, 조지훈은 이렇게 써주었다. '자네 시가 자네 삶보다는 낫지 않토록 하게.'

조지훈은 정통선비문화를 계승하면서도 서구문학이론을 접목해서 그 나름의 독특한 생명시학을 구축한 사람이다.

 

조지훈이 남긴 시론서로 '시의 원리'가 있다. 한국전쟁 막바지에 대구에 있는 형설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발간되자마자 매진되었다.

아직 조지훈의 이 저서를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정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필독서다. 보수적인 문협정통파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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