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산은 산길로 다니지 않는다 새싹을 노래함 눈이 있는가 굳센 팔이 있는가 어디 힘차게 디딜 다리 힘이 있는가 견고한 땅을 밀어내며 얼굴을 내미는 새싹은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으로 말미암아 땅의 틈새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침묵을 조금씩 들어올려 이윽고 땅의 틈새로 하늘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눈먼 채로 벙어리인 채로 혼자 커가는 그리움처럼 그 자리 자북하게 민들레가 앉아 있던 자리 올해엔 개망초가 어깨동무 하고 있다 저 평화, 제 몸을 두드리는 이 그 누구 마다 않고 아픔을 되물어 치맛단 스치는 푸른 종소리 그 가슴 같다 편지를 읽다가 우렁우렁 날아들던 나비 울지 말아야지 흰 구름 오래 머무는 자리 이제는 토끼풀이 돋아날 차례이다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