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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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동시 2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7. 17. 12:41

아름답고 슬픈 동시 2편
 
  이승하 
   
 
  초능력 둘리가 될 수 있다면
  날개 달린 나비가 될 수 있다면

  아프리카 배고픈 어린이에게 날아가
  사탕이랑 초코파이랑
  많이 많이
  어린이날에 선물할 수 있게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좋겠어요.
                           ―민윤선, [나의 꿈] 전문
 
  아무 짓 못할 거라
  휠체어에 눌러앉아

  핑계로 트집으로
  시름만 늘어갈 제
 
  걸을 수 있노라시던
  어머니의 한마디.

  한 자국 비틀비틀
  그래도 걸어보니
 
  북받친 가슴 안고
  그토록 울었어요

  어머니! 걷기 때문에
  더 슬플 수 있겠죠?
                           ―강경곤 [걷는다?] 전문 

 

  [나의 꿈]은 인천예림학교 5학년 민윤선 양이 쓴 동시다. 아무리 초등학생이 쓴 동시라고 하지만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아이의 마음씨가 착하기는 한데 얼토당토않은 꿈이라 독자에 따라서 피식 쓴웃음을 머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동시를 쓴 아이가 정신지체 장애아동임을 알게 된다면 입가에 머문 웃음을 얼른 거두게 될 것이다. 정신지체아로 성장기를 보내면서 자기 자신의 고통만 해도 십자가의 무게로 짓눌렀을 것이다. 게다가 주변의 차가운 눈빛과 혀를 차는 소리, 질시와 따돌림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 간다. 그런데 동시를 한 편 써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자 이런 시를 썼다.

  아마도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보고 들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배고픈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이 세상에서 제일 맛난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 사탕이랑 초코파이라도 그 아이들에게 내가 마음껏 선물할 수 있게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좋겠다고 자신의 소망을 말해본다. 이런 측은지심이야말로 보배로운 것이 아닌가. 나보다 약한 자를 위해 보시하려는 갸륵한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이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기에 이 동시는 충분히 아름답다.

  뒤의 시는 명혜학교에 다니는 고1 강경곤 군이 쓴 것이다. (발표 연도는 이미 10여년 전이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 작품은 동시라기보다는 청소년 시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성숙한 어조와 인생관의 시다.

  우리나라에는 몇 군데 장애아동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장애아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맹아나 농아 같은 장애아동,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아동, 마음과 몸이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정신지체아동. 이 시를 쓴 학생은 가운데 예에 속한다. 이런 장애아동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선생님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휠체어 10여대를 태울 수 있는 특수한 버스가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버스로 호별 방문을 하며 아이들을 태우는데, 아이들을 다 태우고 등교하면 수업 시작도 하기 전에 기진맥진한다고.

  경곤 군은 휠체어에 눌러앉아 살아가는 소년인데 어머니는 아이가 걸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청소년일까? 어머니가 연습을 열심히 하면 걸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하자 아이는 용기를 내어 한두 발자국 비틀비틀 걸어본다. 하지만 금방 푹 고꾸라졌을 터, 경곤 군은 "북받친 가슴 안고" 그토록 울었다고 했다. 소아마비였다면 체념하고 살아갔겠지만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면 그 설움과 비탄의 정도야 어디 한두 번의 통곡으로 끝났을 것인가. 몇 걸음 비틀비틀 걸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슬픈 자신의 몸이다. 그래서 경곤 군은 시의 제목을 '걷는다?'로 붙였던 것이고, "어머니! 걷기 때문에/더 슬플 수 있겠죠?" 하고 서러워하는 것이다.

  이 땅에는 장애아동이 참 많다. 나에게 사흘도리로 걸려오는 전화가 심신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복지기관에서 희사를 부탁하는 전화이다. 그런 단체에서 만들어 파는 온갖 것을 다 샀는데, 이제는 집에 필요가 없는 물건이 계속 쌓여서 '다음 기회에' 하면서 거절을 하고 있다. (어제도 지하철에서 몸이 불편하신 분이 파는 손수건을 샀다.) 나와 아주 가까운 혈연이 장애의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도움 요청에 웬만하면 응하고 싶지만 그 많은 기관을 한 개인인 내가 다 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많은 기관이 다 순수한 의도로 세운 사회복지기관인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화 내용만으로는 복지기관의 사업 실태를 잘 모르겠다고 하면 팩스로 자료를 보내주는데 그것 역시도 의심스러운 경우가 있다.

  아무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편찬하고 도서출판 세계사에서 펴낸 {울 엄마} 1, 2, 3권은 1975년부터 1996년까지 전국 각처의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예작품을 현상 공모하여 거기 입상한 아이들의 글을 모은 책이다. 한국복지재단에서는 해마다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를 공모, 입상작을 책으로 펴내고 있다. 오늘도 보육원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아이들, 재활원에서 장애의 고통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꿈을 잘 키워주고 잘 돌보아주는 일을 이 나라가 해야 한다. 우리 어른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