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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어떻게 수리했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4. 25. 15:34

5년간 200억… 장인이 만든 수제 기와로 교체

종묘, 어떻게 수리했나

 

입력 2025.04.21. 00:48
 
 
 
 
5년간의 대규모 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종묘 정전에서 20일 신주 49위의 무사 환안을 알리는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번 종묘 정전 수리는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공사다. 공사에는 5년간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 핵심은 기와. 지붕에 있는 공장제 기와를 모두 수제 기와로 교체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기존에 지붕 앞쪽에는 공장제 기와, 뒤쪽에 수제 기와를 얹어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제 기와 약 7만장을 만들어 교체했다”고 했다.

기와 제작은 국가무형유산 제와장 김창대 보유자가 주도했고, 지붕 기와를 이는 작업은 국가무형유산 번와장 이근복 보유자와 이주영 전승교육사 부자(父子)가 맡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존 공장제 기와는 무게가 약 9㎏인데, 수제 기와는 6㎏으로 약 33% 가벼워졌고, 색상도 인위적이지 않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김창대 제와장은 “종묘 정전 기와는 궁궐 기와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며 “가마 내부 온도가 1000~1100도까지 올라가는데 36시간 가까이 잠도 못 자고 불을 땐다. 어림잡아 200번 이상 불을 땐 것 같다”고 말했다.

 
5년간의 수리 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종묘 정전에서 20일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기둥과 벽면 처마부 등은 뇌록(초록색 암석으로 만든 안료)과 석간주(붉은 산화철이 포함된 흙을 원료로 만드는 안료) 등 전통 소재를 활용해 단청을 칠했다. /박성원 기자

 

정전 앞에 깔려 있던 시멘트 모르타르는 걷어내고 수제 전돌(벽돌 모양으로 구운 흙)을 깔았다. 전통 소재를 이용한 기법으로 외부 단청도 칠했다. 최자형 궁능유적본부 사무관은 “종묘 정전은 화려한 궁궐 단청에 비해 색이 없어 보이지만, 기둥과 벽면 처마부 등에 무늬 없이 갈색, 초록색 단청이 칠해져 있다”며 “뇌록(초록색 암석으로 만든 안료)과 석간주(붉은 산화철이 포함된 흙을 원료로 만드는 안료) 등 전통 소재를 이용했다”고 했다. 정전을 받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인 월대의 석축도 일부 보수했다.

종묘 정전 수리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상량문을 보존처리하는 모습. /국가유산청

 

공사 과정에서 영조 대에 정전을 증축하면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량문을 찾는 수확도 거뒀다. 상량문은 목조건물을 짓거나 고칠 때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마룻도리)를 올리고 제의를 지내면서 쓴 글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 2023년 4월 19일 목부재 해체 중에 정전 11실 종도리 하부에서 상량문이 발견됐다”며 “1726년 영조 대 증축하면서 제작된 ‘종묘개수도감의궤’에 기록된 내용과 같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편집국 문화부 기자입니다.
 
 

190년 전처럼… 조선 왕가의 혼, 종묘로 돌아오다

왕가 신주 49위 옮기는 '환안제'
헌종 때 기록 토대로 생생히 재현

입력 2025.04.21. 00:48업데이트 2025.04.21. 09:06
 
 
왕들의 화려한 귀환… 종묘 5년 수리 마치고 일반 공개 -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묘 정전(正殿)이 5년간의 대공사를 끝내고 위용을 드러냈다. 공사 기간 동안 창덕궁 구 선원전에 임시 봉안됐던 신주 49위도 20일 본래 자리로 귀환했다. 20일 밤 종묘 정전에서 미디어 파사드와 함께 무용수 60명이 특별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조선 왕조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묘 정전(正殿)이 5년간의 대공사를 끝내고 위용을 드러냈다.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 49위를 모신 사당이자, 우리나라 단일 건물로 가장 긴 건물이다. 전체 길이 101m. 선왕에게 제사 지내는 격식과 검소함을 건축 공간으로 구현해 조선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공사 기간 동안 창덕궁 구 선원전에 임시 봉안됐던 신주도 원래 자리인 종묘 정전으로 복귀했다.

일요일 오후 도심 한복판에서 ‘왕들의 귀환’ 행렬이 펼쳐졌다. 국가유산청은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창덕궁 금호문 앞에서 ‘종묘 정전 환안제’를 시작했다. 신주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는 1870년(고종 7년) 이후 155년 만이다. 태평소와 나발, 나각 등 취타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마 28기와 말 7필, 시민 행렬단 200명을 포함한 1100명이 도심을 행진하는 대장관이 펼쳐졌다.

도심 가로지르는 신주 행렬 - 20일 오후 종묘 보수 공사 기간 동안 창덕궁에 임시 봉안되었던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신주가 광화문, 종로를 거쳐 종묘로 돌아가고 있다. 태평소와 나발 등 취타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마 28기, 말 7필, 시민 행렬단 200명을 포함한 1100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그래픽=이진영

창덕궁을 출발한 환안(還安·다른 곳으로 옮겼던 신주를 다시 제자리로 모심) 행렬은 광화문, 세종대로, 종로를 거쳐 종묘까지 약 3.5km를 이동했다. 호위 무사, 도가대, 문무백관, 의장대 등이 가마를 에워싸고 길게 이어졌다. 가마 속 주인공은 왕과 왕비의 혼이 깃든 신주 49위.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서는 풍물놀이, 줄타기, 탈춤, 사자춤 등 전통 연희 공연이 펼쳐졌고, 도심 거리에 모인 시민들과 외국인들은 행렬을 사진에 담으며 동참했다.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 환안 행렬. /뉴스1
20일 오후 종묘 정전 환안제 행렬이 종묘에 도착해 신주를 담은 가마가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환안 행렬은 190년 전 조선왕실의궤를 재현한 것이다. 헌종(재위 1834~1849) 대인 1835~1836년 종묘를 증축한 과정을 정리한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宗廟永寧殿增修都監儀軌)’를 토대로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가마를 모두 제작할 수 없어서 장인들이 신여(궁 밖에서 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 향용정(제사에 사용하는 향로를 운반하는 가마), 신연(궁 안에서 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 각각 1대를 제작하고, 나머지는 기존 가마를 수리하고 빌려 전국에서 28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보수 공사가 완료된 종묘에서 무사 환안을 하늘과 땅에 고하는 의식인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이어 보수 공사를 마친 종묘 정전에서 무사 환안을 하늘과 땅에 고하는 의식인 고유제(告由祭)가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봉행으로 열렸다. 120명의 제관은 엄숙한 의식으로 신주가 제자리에 돌아왔음을 알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종묘 정전 외벽을 배경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면서 무용수 60명의 특별 공연이 대미를 장식했다.

 
20일 대규모 수리를 마친 뒤 5년 만에 공개된 서울 종묘 정전에서 준공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종묘 정전은 1395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뒤 600년 넘게 왕실 제례가 열린 곳이다. 정면 19칸, 측면 3칸으로 한국 전통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꼽힌다. 직선을 길게 그은 독특한 형태가 주는 장엄한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국보로 지정됐고,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건물이 노후화돼 기와와 월대 일부가 파손되는 등 안전 문제가 확인되면서 2020년부터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종묘 정전 외벽을 배경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 가운데 무용수 60명의 특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유네스코 등재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연다.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종묘제례악 야간 공연이 펼쳐지고, 21일부터 6월 16일까지 종묘에서 ‘삼가 모시는 공간, 종묘’ 특별전을 연다. 조선 시대 왕비가 참여했던 국가 의례를 엿볼 수 있는 재현 행사도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선보인다. 조선 왕실 제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종묘대제는 5월 4일 6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종묘 수리는 우리 기술로 옛 장인의 손길을 되살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 시간이었다”고 했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종묘가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하며 그 가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주 49위

종묘 정전은 조선 초 건립 당시 태조 이성계의 4대조(목조·익조·도조·환조) 신위를 모셨고, 그 뒤 공덕이 있는 왕과 왕비 등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두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 됐다. 현재 방 19칸에 태조부터 순종까지 국왕 19위와 왕비(계비 포함) 30위가 있다. 종묘의 부속 건물인 영녕전(永寧殿)에는 정전에서 옮긴 국왕 15위와 왕비 17위 및 의민황태자(영친왕)와 황태자비(이방자 여사)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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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의 정수, 종묘 정전

[아무튼 주말]
[권재륜의 오감도(五感圖)]

권재륜 사진작가
입력 2025.04.19. 00:37업데이트 2025.04.21. 09:56
 
 
                                        조풍류 화가의 2020년 작 ‘종묘’와 종묘제례 일무 공연 /권재륜 사진작가

 

“파리 하면 에펠탑,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가 떠오르는데 서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 아이콘, 랜드마크가 없다. 종묘는 어떨까?” 종묘의 정전과 영녕전을 아름답게 그려낸 조풍류 화가의 ‘풍류, 서울을 보다’ 전시장에서 만난 어느 작가의 이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종묘의 정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런 건축물은 없다. 굳이 비교한다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정도와 견줄 수 있다.” 가로 101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조건물인 종묘의 정전은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한국미의 정수를 제대로 담아낸 작품이다.

종묘 정전이 5년 가까운 보수 공사를 마치고 4월 20일 다시 개방된다. 창덕궁에 임시 봉안했던 조선 왕과 왕비 신주 49위를 옮겨오는 환안제도 열린다. 위 사진은 조풍류 작가의 2020년 작 ‘종묘’와 종묘제례 일무 공연.

                                         2020년 보수공사 시작하기 전에 촬영한 종묘 정전 /권재륜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