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장소냐 개발 대상이냐, 동두천 성병관리소 철거 논쟁
경기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두고 시와 시민단체가 갈등을 겪고있다. 지난 13일 동두천시가 동두천시의회에서 열린 제2회 추경 사전 설명회에서 시의원들에게 예산안에 관해 설명했는데, 이 예산안에는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 예산도 포함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정의기억연대, 참여연대 등 전국 5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즉각 반발했다.
공대위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흉물로 치부하고 철거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이곳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하라고 시에 촉구했다. 동두천시는 오는 27일 임시회가 열려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면 성병관리소를 철거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병관리소는 1973년 초부터 1990년대까지 국가에서 운영한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다. 당시 정부는 주한미군부대 반경 2㎞를 ‘특정 지역’으로 규정해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곳에서 일하는 기지촌 여성들을 상대로 성병 검사를 했고, 여성들이 성병보균자 판정을 받으면 페니실린 등을 투여해 완치판정을 받을 때까지 성병관리소에 수용했다. 당시 경기도에는 미군 주둔지역을 중심으로 양주, 동두천, 의정부, 파주, 평택 등 6곳이 운영됐다. 성병관리소에서 페니실린 등 약물을 수용자들에게 과다투여해 쇼크사하거나 탈출하려다 숨지는 사례도 있었다. 관리소는 ‘몽키하우스’라고도 불렸다. 수용자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다.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성병관리소 모습과 그 일대 모습을 모아본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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