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 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높다란 붉은 담장 기어오르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냐
흡혈귀처럼 붙어있는 이것이
나의 사랑은 아냐
살아온 나날들이
식은 땀 잎사귀로 매달려 있지만
저 담장을 넘어가야한다
당당하게 내 힘으로 서게 될 때까지
사막까지라도 가야만한다
ㅡ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더 멀리 달아는 생명의 원심력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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