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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부르는 수도권 일극 체제 광풍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1. 15:14

지방 소멸 부르는 수도권 일극 체제 광풍

중앙일보

입력 2024.04.01 01:00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 위원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전국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51.6%(2001~2014년)에서 70.1%(2015~2022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 정도가 2015년 이후 갈수록 심화하면서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가 ‘광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정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49.2%에서, 2015년 49.4%, 2019년 50.0%, 그리고 2022년 50.5%가 그것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비수도권 청년들의 수도권으로의 대거 이탈 현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고령화 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낮아졌고, 올해에는 0.6명 선에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런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율 저조 현상으로 인구 소멸에 따른 지방 소멸 위험 정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 잠재력은 계속 약화할 전망이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가 저출산도 유발
기업·공기관 지방 이전 지원하고
고품질 공교육 서비스 제공해야

김지윤 기자

수도권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성장세를 견인하는 데 비해 비수도권은 자동차·화학·기계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떨어져 생산성이 크게 둔화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장률이 격차를 보인다. 전 세계 꼴찌 수준인 합계출산율의 저조 현상도 수도권의 경제력 편중도가 완화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과 취직을 통한 성공 기회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도권으로 청년 인구가 집중(2015~2021년 수도권 순증 인구의 78.5%가 15~34세의 청년층)되면서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기보다는 사회구조 여건 상 각자도생하기에도 벅찬 상황에 처해진다는 해석이다.

 

수도권의 일극 체제 경제력 집중과 지방 소멸 강화 추세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 첫째, 비수도권이 발전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지방에 수도권의 대기업이나 대형 공공기관의 유치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레온티예프가 역설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신성장 동력산업의 유치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저리 융자 등 재정·금융 지원과 취득세·재산세 감면 등 세제 지원, 규제 특례 제도 마련 및 교육 ·주택 지원 등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을 포함하여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과 교육청, 지역 산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협업 체제)를 구성하여 수도권보다 손색없는 고품질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지역 자체적으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어 지역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청년들이 지방으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맞춤형 공간들을 지방에 조성하여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 모델을 따르는 방식이다. 일터(직장)와 삶터(주거공간), 쉼터(문화·여가시설) 등 3박자가 갖추어진 청년 친화적 시설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시 및 건축 규제 완화 등 제반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

일자리·교육·의료·문화서비스와 교통 등 모든 여건에서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손색이 없는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 현실에 적용이 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완화되고 상호 윈-윈하는 지속가능한 공생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코리올라누스』의 3막 1장에 나오는 대사는 도시의 핵심을 잘 짚었다.

“시키니우스: 사람이 없다면 도시가 무엇이겠습니까?

시민들: 맞습니다. 사람이 바로 도시입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지방자치분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