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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표현' 키스 언제부터? 4500년 된 점토판보니 적나라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5. 19. 14:07

'사랑의 표현' 키스 언제부터? 4500년 된 점토판보니 적나라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3.05.19 11:55

업데이트 2023.05.19 12:12

성행위 중 입맞춤하는 남녀를 묘사한 바빌론 점토판.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제공

 

인류가 적어도 4500년 전부터 친밀함과 성적인 애정 표현을 위해 키스를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와 영국 연구자들이 기원 전 약 2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을 분석한 연구 결과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등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글에서 "키스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 걸쳐 보편적으로 행해졌다"라며 이처럼 밝혔다.

 

이는 성적인 의미의 키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 전 1500년 경 인도의 문헌이라는 기존 학계 통념보다 1000년 이상 앞선 것이다.

연구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점토판을 근거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로 기록을 남겼는데 수메르어로 된 초기 문헌에서는 키스는 성적인 행위와 관련 있었다. 아카드어로 남겨진 문헌에서 키스에 대한 언급은 가족적인 애정이나 연인 간 사랑의 행위로 묘사됐다.

 

아르볼 교수는 “키스는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돼 퍼져나간 관습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연구진은 다만 "이 과정에서 키스는 단순 포진 바이러스 등 감염병을 퍼뜨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알려진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과 파르보바이러스(B19)가 있다. 해당 바이러스는 주로 타액을 통해 병원체를 옮기기 때문에 고대 문명에서도 키스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고대 의학 문헌에 나오는 ‘부샤누’라는 질병이 HSV-1과 같은 전염병이라고 추측한다. 아르볼 교수는 “부샤누에 걸리면 입안이나 입 주위에 수포가 생긴다는 기록에 비춰 볼 때, 이는 HSV-1에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키스의 역사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수많은 독립적인 기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에는 선사 시대 네안데르탈인의 치석 분석을 통해 고대인들이 타액 교환을 통해 미생물을 공유한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감정을 교류하는 키스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키스가 의도치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오래도록 질병의 전염을 가속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