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짜리 미국 당일 투어, 교민들 쌍수 들고 말리는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05.19
중앙일보 2023.05.19
해외여행 일타강사④ 현지 투어
지난 세 차례 강의에서 개별자유여행(FIT·Free Individual Tour)의 양대 과제 ‘항공권 구입’과 ‘숙소 예약’에 대해 공부했다. 비행기표도 사고 호텔도 구했으니 이제 ‘놀거리’ 과제로 넘어갈 차례다. 여행 가서 뭐하고 놀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겠으나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널브러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만 따라다니면 만사가 해결되지만, FIT는 모든 걸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이 FIT의 요구가 ‘현지 투어’라는 신종 여행법을 낳았다. 현지 투어는 개별자유여행의 마침표이자 당대 여행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현지 투어란 무엇인가
해외여행은 두 종류다. 패키지여행 아니면 개별자유여행(FIT). 패키지여행은 공항에서 비행기 탈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여행사가 모든 여정을 책임진다. 그래서 편하다. 대신 자유는 없다. 개별자유여행은 정반대다. 자유가 넘친다. 그 과도한 자유가 자주 부지런함을 요구하고 수시로 피곤을 유발한다.
해외여행하면 패키지여행이었던 시절은 오래전에 갔다. 시방 대세는 누가 뭐래도 개별자유여행이다. 소비자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3월 해외여행객 중 62%가 FIT를 선택했다. 패키지여행은 26.9%, 여행사가 항공과 숙소만 묶어서 파는 ‘에어텔’은 11.1%였다. 해외여행객의 62%가 항공권과 숙소를 각자 예약했다는 뜻이고, 에어텔을 포함한 73% 이상이 여행사가 짠 현지 스케줄을 외면했다는 뜻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FIT 시장이 커지면서 FIT도 진화를 거듭했다. 배낭여행 바람이 불었던 1990년대에는 최대한 많은 나라의 여권 도장을 모으는 게 유행이었다. 그 시절 한국의 청년 배낭여행객은 전 세계를 미아처럼 떠돌았다. 유럽의 어느 공원 벤치에서 새우잠을 자고,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바게트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웠다. 악착같이 돌아다니는 게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개별자유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기준은 ‘취향’이다. 가령 프랑스 파리를 가도 에펠탑과 몽마르트르 언덕 같은 기념엽서 명소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 복잡한 파리 지하철을 타고 ‘방브 벼룩시장’을 가거나 ‘라탱 지구’ 같은 대학가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홀짝인다. 요즘엔 좀 더 과감해졌다. 일정에서 하루를 빼 ‘몽생미셸 수도원’이나 모네가 살던 ‘지베르니 정원’을 다녀오거나, 파리 시내 요리 학원에 나가 크루아상 굽는 법을 배운다.
이 모든 걸, 그러니까 현지에서 놀거리를 수배하고 예약하고 찾아가는 이 모든 번거로운 절차를 FIT는 여행자 스스로 다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친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게 현지 투어 혹은 가이드 투어다. 서구에서는 ‘투어 & 액티비티(Tour & Activities)’라고 한다. 일타강사는 편의상 ‘현지 투어’라 하겠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가 아니라, 여행지 현장의 업체나 가이드가 진행하는 투어여서다.
‘현지 투어’가 유행이다. 전체 일정은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하루나 이틀 정도만 현지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개별자유여행이 확산하면서 새로 생긴 여행 시장이다. 사진 픽사베이
현지 투어 시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부쩍 성장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3월 해외여행객 2000명의 평균 여행 기간은 2019년 3월보다 28% 늘어난 6.77박이었고, 평균 여행 경비는 23% 늘어난 178만원이었다. 쉽게 말해 옛날처럼 자주 못 나가니 한 번 나갈 때 길게 나가고 돈도 많이 쓴다는 얘기다. 해외여행의 70% 이상을 FIT가 차지하는 지금, 여행 기간이 길어지고 경비가 늘어나면 현지 투어 시장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소규모 또는 개별 여행이 늘어난 것도 현지 투어 성장세와 관계있다. 무엇보다 현지 투어는 MZ세대 여행 문화와 어울린다. 여행 트렌드 연구소 ‘히치하이커’의 김다영 대표는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에서 MZ세대와 현지 투어의 상관성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여행 산업의 최대 소비자로 부상한 MZ세대는 장소 위주의 관광을 ‘경험’ 중심의 여행으로 이동시켰다. ‘액티비티’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됐다. 이들에게는 여행지에서 어떤 시간을 즐길 수 있는지, 누구와 만나 어떤 교류를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각양각색 현지 투어
현지 투어는 지역마다 다르다. 당연하다. 현지가 다르니 현지에서의 투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저마다 다른 게 현지 투어의 매력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현지 투어를 소개한다. “거기까지 갔는데 그걸 안 하고 왔어?”라고 물을 때의 바로 ‘그것’이다.
유럽부터 보자. 2000년대 초반 유럽 주요 도시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가이드들이 모여 한국인 FIT를 위한 투어 상품을 만들었다. 여행 업계에서는 이 투어 상품이 한국판 현지 투어의 시초라고 본다. ‘유로자전거나라’ 같은 여행사가 로마 바티칸 투어, 파리 루브르 박물관 투어,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 같은 현지 투어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대도시를 기반으로 한 반나절 혹은 한나절 도보여행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 자리한 몽생미셸 수도원.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현지 투어가 한국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프랑스관광청
2010년대 들어 유럽 현지 투어는 한 단계 진화했다. 투어 주제가 다양해졌고 이동 거리가 늘어났다. 영국과 스페인에서 프로축구 경기 ‘직관’ 상품이 잘 나갔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도시 외곽을 다녀오는 당일 투어가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남부 노르망디 해변의 중세 수도원 몽생미셸 투어, 이탈리아는 남부 해안 드라이브 투어 같은 상품이 잘 나갔다. 프랑스관광청 정혜원 부소장은 “파리를 처음 가는 한국인이 박물관 해설 투어를 선택한다면 프랑스를 여러 번 경험해본 한국인은 파리 근교 도시를 선호한다”며 “2019년 몽생미셸은 말 그대로 ‘한국인 천지’였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인 FIT 비중이 높은 일본은 코로나 사태 이후 버스 투어가 대세로 떠올랐다.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비에이·후라노 버스 투어’, 규슈 후쿠오카에서 출발하는 ‘유후인·벳푸 버스 투어’가 대표 현지 투어 상품이다. 일본 현지 투어 전문업체 ‘테라투어’ 심원보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후인 관광열차 운행이 줄어 대체 상품으로 버스 투어를 만들었더니 예약이 빗발쳤다”고 말했다. 해변 휴양지를 낀 동남아에서는 서핑이나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같은 물놀이 투어 상품이 다른 지역보다 많고, 두바이의 사막 투어는 환승객을 위한 현지 투어로 인기가 높다.
미국 요세미티 투어에 나선 한국인 여행자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현지 투어 상품을 이용했다. 사진 요셈투어
미국 현지 투어는 의외로 역사가 길다. 한인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서부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가 교민을 상대로 영업해 오다 한국인 FIT를 겨냥한 투어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어서다. 한국인 FIT를 위한 대도시 시티투어 상품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녀오거나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콜로라도 고원의 협곡(캐니언)을 돌아보고 오는 투어가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현지 투어 대세도 플랫폼
현지 투어는 어디에서 예약할까? 현지 투어도 여행 상품이니 여행사에서 할 수 있다. 하나투어 같은 종합 여행사는 물론이고, 외국의 현지 투어 업체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현지 투어 시장도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이 장악한 지 오래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러니까 일타강사 2회와 3회에서 공부했던 글로벌 공룡 OTA와 다른 OTA다. 이른바 현지 투어에 특화한 OTA다.
현지 투어 업체는 유럽 축구 입장권도 판매한다. 특히 한국 선수가 활약하는 팀의 입장권이 잘 팔린다. 2021년 영국 런던 토트넘 훗스퍼 경기장에서 손흥민 선수가 시합 후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 백종현 기자
현지 투어 OTA는 현지 투어 상품만 팔지 않는다. 현재 현지 투어만큼 잘 나가는 상품이 박물관·미술관·테마파크 등의 입장권이다. 해외용 모바일 ‘유심’의 매출도 비중이 크다. 공항과 숙소를 이어주는 교통편, 전문가가 사진을 찍어주는 ‘스냅 촬영’, 스포츠 경기 티켓, 요리 강습이나 식도락 투어, 렌터카도 현지 투어 플랫폼에서 살 수 있다.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하는 건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된다.
국내 현지 투어 플랫폼은 2012년 ‘마이리얼트립(마리트)’이 문을 열었다. 이후 ‘트리플’ ‘와그’ 같은 국산 플랫폼이 차례로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OTA들도 속속 나타났다. 홍콩의 ‘클룩’, 대만의 ‘케이케이데이’가 대표적이다. 클룩과 케이케이데이 모두 2016년 한국지사를 열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플랫폼의 국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어느 플랫폼에 싸고 경쟁력 있는 상품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도 항공권·숙소 예약 시장과 달리 한국 업체가 선전 중이란 건 반가운 일이다.
[미니 인터뷰]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마이리얼트립(마리트)은 현지 투어 시장의 선두주자다. 마리트가 각별한 건, 글로벌 OTA가 장악한 해외여행 시장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선전 중인 국내 기업이어서다. 2012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이동건(37) 대표가 동기 백민서 부대표와 함께 설립했다. 마리트는 2022년 거래액 635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최근에는 현지 투어와 입장권 외에 항공·숙소·패키지여행도 판다.
현지 투어를 핵심 콘텐트로 창업한 계기는.
항공과 숙소 예약을 잘하는 업체는 많았지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투어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회사는 없는 것 같았다. 쉽게 말해 ‘뭐 하지? 뭐 먹지?’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가 안 보였다. 여행자가 가장 목말라 하는 ‘생생한 경험’ 말이다. 여행은 현지에서 이뤄지는 경험의 총합이라 생각했고 그걸 채워주고자 했다.
국내외 경쟁사가 많은데 어떻게 차별화하나?
마리트는 현지 투어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세계 각지의 관광업체뿐 아니라 유학생·프리랜서 등 다양한 사람이 색다른 투어를 진행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마리트는 검색 결과를 조작하지 않는다. 광고도 받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은 상품부터 홈페이지 상단에 뜬다. 입점 업체가 상품의 질과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무자격 가이드나 무허가 여행업체 문제가 있는데.
각 국가와 지역의 법규를 따르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가이드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를테면 파리 박물관 안내는 공인 자격이 필요하지만, 시티투어나 외곽 지역 투어까지 가이드 자격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개인이든 회사든 입점할 때 꼼꼼히 검증하고,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하고,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추천하는 현지 투어 상품이 있다면.
코로나 사태 이후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와이너리 투어를 해보시라 권한다. 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 등 다양한 지역의 와이너리 투어 상품이 있다. 최근에 일본 식당 예약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다. 오마카세 식당 같은 예약하기 어려운 맛집을 예약해 준다.
현지 투어 OTA도 본질적으로 플랫폼이다. ‘종합여행업’으로 등록한 여행사로서 직접 만든 여행 상품을 팔기도 하지만, 소비자와 투어 상품을 연결해 주는 온라인 중개업체, 즉 플랫폼의 성격이 더 강하다. G마켓·11번가·인터파크 같은 오픈 마켓이 비슷비슷한 상품을 파는 것처럼, 현지 투어 OTA들이 파는 현지 투어 상품은 사실 대부분 중복된다. 그렇다고 모든 현지 투어 OTA가 똑같은 상품만 파는 건 아니다. OTA마다 많이 팔리는 상품이 다르고, 앞세우는 특기가 다르다. 유럽 현지 투어 상품을 보자. 예를 들어 클룩은 티켓이 강하다. 스위스 패스(열차·대중교통 통합 이용권), 파리 디즈니랜드 입장권과 뮤지엄 패스 같은 티켓을 많이 판다. 마리트는 이탈리아 남부 투어, 파리 루브르 박물관 투어 같은 ‘가이드 투어’에서 강세를 보인다.
독일의 ‘겟 유어 가이드(Get your guide)’, 미국의 ‘바이에이터(Viator)’ 같은 플랫폼은 전 세계 웬만한 도시의 현지 투어 상품은 다 갖춘 대형 업체다. 다만 한국어 웹사이트와 앱이 없어 한국인이 즐겨 찾지 않는다.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체험 상품을 운용한다. 관광업체 가이드가 아니라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예술·미식 체험이나 요가·하이킹 같은 레저도 즐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속수무책 현지 투어 사고
🕵️♂️미국 현지 투어 피해 사례
사례2 B씨는 2019년 현지 투어 플랫폼 Z사를 통해 현지 투어 업체 Y사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현지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 그런데 투어 버스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Y사 직원이 아니라 하청 업체 가이드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났다. B씨 일행 중 한 명이 얼굴을 꿰매는 심한 부상을 당했으나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 가이드가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다. Y사는 “가이드와 연락이 되지 않으니 여행자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B씨는 플랫폼 Z사에도 항의했으나 Z사 역시 현지 투어 업체 Y사에 책임을 돌렸다.
미국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현지 투어 피해 사례다. 두 사례 모두 한국의 현지 투어 플랫폼을 통해 미국 서부 현지 투어 상품을 예약했다가 문제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례 모두 요세미티 국립공원 투어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그랜드캐니언·앤털로프캐니언 등을 보고 오는 당일치기 ‘그랜드 서클’ 투어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게 미국 교민의 공통된 증언이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사고가 난 현지 투어 업체 차량의 모습. 미국 서부 국립공원 투어는 워낙 긴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졸음운전 같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사진 네이버 카페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는 그랜드 서클 투어는 오전 1~2시 출발한다. 그리고 오후 9시 도착할 때까지 약 750마일(1200㎞)을 이동하는 강행군을 소화한다. 무려 20시간짜리 당일 투어다. 미국 교민 사이에서는 이런 여행을 ‘올빼미 투어’나 ‘고스트 투어’라고 한다. 로스앤젤레스 교민 C씨는 “미국인은 ‘5대 캐니언’ ‘7대 캐니언’ 이런 식으로 부르지 않는다”며 “한국인만 서부 주요 협곡을 한꺼번에 돌아보는 도장깨기식 여행을 하는데, 사고 위험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당일치기 그랜드 서클 투어는 명백한 불법 상품이다. 미국 정부가 손님을 태운 여행사 차량의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여행사 차량이 800마일(1280㎞) 이상 운행한다면 교대 운전기사도 있어야 한다. 여행사 차량은 미국 교통부(DOT)에 등록되어야 하고,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상업용 보험에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한인 여행사가 미국 정부 규정을 무시하고 현지 투어 상품을 팔고 있다. 정식 등록업체도 유학생이나 무자격 가이드에게 업무를 맡기거나 등록 차량이 아닌 개인 차량에 손님을 태우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서부 지역의 한인 여행사 대표 C씨는 “미국에 여행 온 한국인 FIT가 주 고객이기 때문에 투어 중에 사고가 나도 시간을 끌거나 연락을 안 받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 지역 ‘그랜드 서클’ 투어의 대표적인 여행 동선. 무려 1200㎞에 가까운 거리를 당일치기 일정으로 소화한다. 미국 교통부가 정한 하루 운전 제한 시간을 초과하는 불법 여행 상품이다. 사진 구글맵 캡처
현재 현지 투어의 가장 큰 문제는 혹여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현지 투어 업체는 가이드에게 책임을 미루는데, 가이드는 연락이 안 된다. 그럼 투어 상품을 예약한 국내 플랫폼에라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플랫폼은 현지 투어 업체와 해결하라고 한다. 법대로 하자면, 플랫폼은 자체 개발한 상품이 아닌 이상 책임이 없다. 상품 약관에 밝혀놨다. 중개업자로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소비자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나 방법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과 달리 제도는 제자리걸음이어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 분야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업체의 책임 문제는 온라인 시대의 중요한 화두”라며 “플랫폼 업체가 약관에 ‘면책 조항’을 넣어 책임을 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으로 가면 다툼의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현지 투어마저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현지 투어 플랫폼을 이용할 때 약관을 꼼꼼히 살피고 현지 투어 여행사가 등록업체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현지 투어 상품은 대부분 여행자보험이 포함돼 있지 않다. 여행자보험이라도 소비자가 알아서, 그것도 보장이 많이 되는 보험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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