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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60주기… ‘삼대’ 재출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3. 17. 15:19

염상섭 60주기… ‘삼대’ 재출간

1931년 조선일보 연재 당시 석영 안석주의 삽화 171컷 복원… 경성정밀지도·단어 설명 등 추가

입력 2023.03.17. 03:00
 
 
 
 
 
 
1931년 1월 1일 실린 ‘삼대’ 첫 회의 삽화. 조덕기(오른쪽)와 친구 김병화가 만나는 장면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가 횡보 염상섭(1897~1963)의 타계 60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삼대’(지식을만드는지식)가 새로 나온다. ‘삼대’는 횡보가 1931년 1월부터 9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3대에 걸친 조씨 가족의 삶과 갈등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상을 그린다.

 

그간 나왔던 단행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삽화’다. 조선일보에 소설과 함께 게재됐던 석영 안석주(1901~1950)의 삽화 171컷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신문의 마이크로필름을 일일이 출력한 다음 스캔했다. 삽화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처럼 읽힌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당시 신문의 해상도가 지금보다 낮았던 탓에 거친 느낌을 준다. 본래 느낌을 살리고자 보정을 최소화하고, 삽화에 대한 설명도 따로 적지 않았다.

텍스트 역시 1931년 연재된 ‘삼대’를 최대한 재현했다. ‘삼대’는 그간 연재본과 횡보 자신이 고쳐 낸 을유문화사 단행본(1947~1948년) 두 가지에 기초해 출간돼 왔다. 이번 책은 조선일보 연재본을 기본으로 삼되, 을유문화사·창작과비평사(1993)·문학과지성사(2002)를 비롯해 5개 판본을 함께 비교해 텍스트로 삼았다. 이를 정리한 서울과기대 기초교육학부 전승주 교수는 “분단에 따른 사회·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상당 부분 개작이 이뤄졌기 때문에 연재본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여러 판본을 비교하니 약 5000곳에서 차이가 나와, 이를 바로잡았다”고 했다. 오자나 그간 생략된 표현을 고쳤을 뿐 아니라, 당시 신문에서 횡보 자신이 추후에 바로잡았던 표현도 반영했다.

 

책의 분량은 1366쪽. 예스러운 표현을 대부분 그대로 살리는 대신, 이해를 돕는 요소를 여럿 포함해서다. ‘곁텍스트’가 대표적. 소설에 등장하는 ‘학생모’ ‘본정’ ‘축음기’처럼 젊은 독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소재를 별도의 페이지에 설명했다. 당대 서울을 그린 ‘경성정밀지도’ 등 지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실은 부분도 돋보인다.

출판사는 유족 측이 위임을 맡긴 에이전시와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1963년 이후 사망한 이의 저작권은 70년 동안 유효하다. 가격은 4만6000원이다. 최정엽 지식을만드는지식 편집주간은 “많은 출간 비용이 든 만큼 책값은 비싸졌고, 이 비싼 책을 누구에게 어떻게 팔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면서도 “우리 문학 독자들 중 ‘삼대’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빛나는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