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슬픔이
내게는 늦봄이다
오래 전 지금의 내 나이 때
목로에 앉아 어머니 말씀하셨다
한 숨 돌려도 지치고
서서도 잠이 드는 곤궁의 한 때
난 지금 늦봄이야
그 속뜻을 헤아리는데 길이 멀었다
아직 피지 못한 꽃인데
저 시퍼렇게 달려드는 뙤약볕
해맑게 맞이하고 싶은데
봄이 오면 돌아온다던 사람
아버지는 먼 세상 사람인데
여름이 와도 늦봄이라고
우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
모진 슬픔에서 배어나오는 말
나도 지금 늦봄이다
문예감성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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