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로라는 풀 또는 꽃
허락 없이 돋는 풀이 있다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하냥마냥 꽃도 핀다 내맘대로 바람이 가는 길이라 부르고 가난한 냄비 밥 올려놓던 풍로라 내치기도 하고 바람이 키우는 서리라고 슬그머니 발밑에 내려놓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 옹졸한 가슴에 쳐들어와서 햇살 한줌이면 그만이라고 피고 지고 또 피는 이 사랑을 내치고 싶지 않음이 내 마음이 아니더냐 어디 피라고 해서 피고 지라고 해서 지는 사랑이 어디 있더냐
시와 시학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