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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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하얗다 1991

심야통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27. 23:04

심야통화

    - 숲에서

오, 살아 았었구나 조심스레 밤길을 걸어온 그대

그 목소리, 그 마음이 닿아

나는 도 이렇게 천 리밖에서 그대를 만나는구나

고압선이 지나가는 허공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지하에 묻혀도

꿈틀대던 그 목소리 죽지 않고 살아

죽지 않고 천 리 밖 내 가슴을 찌르는구나

이 밤에 돌아가야 할 길이 얼마나 많은 지

두통처럼 짓누르는 어둠 속으로 무거운 발자국 소리들이

흩어진다, 한 번 두 번 길게

세상이 조용히 울리고 있다

잠들었는가 잠들었는가 받을 사람은 없고

소쩍새의 신호음이 밤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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