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통화
- 숲에서
오, 살아 았었구나 조심스레 밤길을 걸어온 그대
그 목소리, 그 마음이 닿아
나는 도 이렇게 천 리밖에서 그대를 만나는구나
고압선이 지나가는 허공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지하에 묻혀도
꿈틀대던 그 목소리 죽지 않고 살아
죽지 않고 천 리 밖 내 가슴을 찌르는구나
이 밤에 돌아가야 할 길이 얼마나 많은 지
두통처럼 짓누르는 어둠 속으로 무거운 발자국 소리들이
흩어진다, 한 번 두 번 길게
세상이 조용히 울리고 있다
잠들었는가 잠들었는가 받을 사람은 없고
소쩍새의 신호음이 밤새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