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오랜만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나 보다
저 푸스무레하고 아스무레한
턱없이 부족하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몇 숟갈 들 수 있는 눈빛으로
한 봉지 쌀을 일고 있나 보다
눈물도 가난해져서 뜨물같이 얼굴 가리며 내리는 비
내 몸의 꽃눈을 짚으며
멀리서 오는 사람처럼
달그락거리는 그릇 부딪는 소리
남은 허기는 아직 남은 따스한 냄새로 채우고
조금씩 귀가 커져가는 듯한
이월의 예감처럼
떠오를 듯 말 듯 아련한 이름처럼
아직도 남은 반만큼의 허기로
겨울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