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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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생각하는 사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2. 15. 13:29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은 불편하다
국보 78호 반가사유 부처님이나
국보 83호 반가사유 부처님도 불편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휜 저 불온한 몸에
문신을 새기는 일만큼 사람의 생각은 불편하다

 

한쪽 무릎을 구부린 채
구름 같은 머리를 팔로 받친 채 각을 세워 보라
아무래도 생각하기 위해서 턱을 고이고 다리를 구부
렸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고통 없이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반가사유가 그러하듯 저 자세는
먼저 고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의식인지도 모른다
고통을 생각하는 나날이 지나야
고통의 물집이 터지고 굳은살이 박여야 생각은 맑아
질지 모른다
그러므로 생각은 생각을 먹고 자란다

 

생각이 사라져야 찾아오는 안락은 없다
평화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평화라는 단어가 없다
전쟁을 겪어야만 의붓자식처럼 평화가 태어나고
전쟁이 뭔지도 모르고 전쟁을 치르고서야 전쟁 아닌
시간에 대해서 뉘우친다

 

생각하는 사람 앞에 서면
오래 잊고 있었던 마룻바닥의 못처럼
불쑥 튀어나온 생각이 또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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