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틀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2. 18. 16:21

틀니

 

어제는 교회에 갔고 오늘은 법당에 들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하루치의 까닭 모를 분노가 잡초처럼 돋아 오르고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고요히 앉아 지난 신문을 거꾸로 들어 읽으시는 그 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병
일 년 열두 달 눈 내리는 나라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되돌아오는 길이 지워져버려
그분의 얼굴은 평화 그 자체입니다
이곳이 지옥이었다가 극락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분은 경극의 주인공이십니다
입 벌리세요
호랑이는 굶어서 죽지 잡아먹히지는 않겠는지요
틀니를 뽑아 물에 헹굴 때 그분은 순하디순한 얼굴로 웃고 계십니다

아니 웃음과 울음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나의 교회와 나의 법당
어머니를 벗어날 때 어쩔 수 없이 나는 어리석은 양
길 잃은 양이 되어 눈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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