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고, 그도 가고
거리의 끝에서 조등이 걸어온다
하나, 둘, 셋 가슴을 환하게 비워두고
어둠한 밤길을 태우는 종이 냄새
살아 있는 사람만이 울 수 있다
울면서 후르륵 라면을 먹고
울면서 담배를 태울 수 있다
죽음은 죽은 이의 것
왁자지껄한 이 세상의 안부가
자욱한 향불에 가려 가물거린다
어색한 조문객들이 서투르게
서로의 그물진 얼굴을 숨긴 채
관심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는다
울지 않는 나뭇잎을,
더 세게 밟으면서
저 언덕 밑의 조등들.
점자로 읽어내고 있다
문장이 되지 않는 몇 줄의 바람을,
남루로 흔들리는 한 생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