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불
화해하라 불로써 화해하라 나즈막한 바람이 지나간다
따스한 손길을 따라 더듬거리는 맹목의 팔벌림
해일이 되어 다가왔다가 첫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허깨비를 보듯이 마른 꽃 한 묶음으로 가슴에 서걱거리는
시간을 향하여 내지르는 증오의 눈빛
미세하게 부서져내리는 옷을 걸치고
이문동에서 석관동쪽으로 걸어가는 분신 焚身의 가로수들
마주치는 곳 마다 불꽃이 인다
희디흰 뼈 속 화인으로 박힌 하나님
순례의 행렬 뒤에 남겨지는 사막을 증명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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