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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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하얗다 1991

바람의 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9. 22. 20:38

바람의 불

 

화해하라 불로써 화해하라 나즈막한 바람이 지나간다

따스한 손길을 따라 더듬거리는 맹목의 팔벌림

해일이 되어 다가왔다가 첫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허깨비를 보듯이 마른 꽃 한 묶음으로 가슴에 서걱거리는

시간을 향하여 내지르는 증오의 눈빛

미세하게 부서져내리는 옷을 걸치고

이문동에서 석관동쪽으로 걸어가는 분신 焚身의 가로수들

마주치는 곳 마다 불꽃이 인다

희디흰 뼈 속 화인으로 박힌 하나님

순례의 행렬 뒤에 남겨지는 사막을 증명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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