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나
안산행 지하철 지금 막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후 2시에서 3시를 향하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한 사나이 마지막 칸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두운 물방울들이 합쳐지지 않은 채 굉음을 내며
지난 신문을 읽거나 졸고 있다
마지막 칸까지 갔던 사나이가 빈 동전 바구니를 흔들면서
오후 2시와 3시 사이를
혜화역과 동대문 역 사이를
머리롸 꼬리 사이를 지팡이로 내리치면서 지나간다
동굴은 철갑으로 둘러싸인 물방울들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내는 날카로운 비명 때문에 더욱 어두워진다
내려야 할 곳을 잊지 않으려면 눈이 좋거나 귀가 밝아야 하는데
굉음이며 비명인 물방울들은 눈이 멀었다
빨리 이 생을 지나치고 싶은 어떤 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여 미치고 싶은 어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