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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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도 2015

가슴이 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6. 19. 11:19

가슴이 운다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예정되어 있으나 슬그머니 뒤로 밀쳐 놓은

정답이 없다고 스스로 위안한

풀지 않은 숙제처럼

달려드는 파도가 있다

 

못질 소리

똑딱거리는 시계의 분침 소리

바위가 모래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

 

이 나이에 사랑은 무슨

이 나이에 이별은 무슨

가슴이 울 때에는

이미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혀를 닮은 낙엽이

길을 지우고 난 후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은

그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슬픔인 까닭

짐짓 잊어버릴 수 있을까

세상을 엿보았던 커다란 오해를 받아들인 까닭

 

가슴이 운다

높은 처마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바람 앞에 속절없이 속을 내놓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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