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어제 저녁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6. 22. 14:36

어제 저녁

 

은은한 양탄자 노을은 발자국 소리를 순하게 만들어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오던 종소리를 기억하고
방금 갓 구운 빵이 적당히 식어 가며 뿜어내는
밀밭의 가슴을 더듬게 한다

 

수런거리는 날숨의 고단함을
오랫동안 기다리다 떠난 사람의 체온이 여적 남은
나무 의자 그 곁에서 지나간 신문을 읽듯
잊어버리고 싶으나 결코 잊히지 아니하는 슬픔 따위를
너무 멀리는 말고 손 내밀면 닿을락 말락 한 그맘때쯤

 

좋겠네
귓가에 헤살거리는 들릴 듯 말 듯
노여움을 용서하기에 딱 알맞게
경계를 지우는 어둑한 숨결

 

모두 다 어제 저녁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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