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검變瞼의 하루
구둣발에 밟히지 않으려고 지지 땅속으로 기어 다니다
무엇에 홀린 듯 무슨 새싹이라도 되는 듯 지상으로 올라와
용트림하다가
번뜩 눈을 뜨니 원래 나는 눈이 없었다
수컷 공작처럼 온갖 문양의 날개를 펼쳐 보이겠다고
스스로 다리 난간을 넘어갔으나
앗차! 몸이 무거워 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 당겨 주기를 바라는 허튼 수작 으로
내가 진심을 다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은 이런 화두를 던졌던가
쌓이면 오라
길을 덮었던 수많은 세월의 낙엽
소리 없이 내렸던 폭설이 그 위를 다시 밟고 난 후의
더듬더듬 발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사그락 소리
그 두렵고 안타까웠던 그 소리 터지는 순간
와르르 눈물 대신 쏟아지던 모래의 얼굴